대검찰청이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방 검찰청을 찾아 일선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 ‘검찰TV’를 통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정치 행보를 보인 결과라며 평가절하한 반면 야권에서는 윤 총장의 급부상이 보수진영에 유리한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11일 여론조사 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24.7%로 집계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2%로 2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4%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2%), 심상정 정의당 의원(3.4%) 순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그동안 공고해 보였던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체제가 이미 무너졌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데 주력했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애당초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꼽힌 것 자체가 그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정의라는 탈을 쓰고 검찰이라는 칼을 휘둘러 자기 정치를 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야권에서는 ‘현 정권이 윤 총장을 정치적으로 공격한 결과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여권을 비판하면서도 지리멸렬한 야당 역시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을 유력 대권후보로 키워준 쪽은 난폭한 여권이고, 날개를 달아준 쪽은 지리멸렬한 야권”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감찰권·인사권·수사지휘권을 총동원해 윤 총장을 구박했지만 국민들은 우호적이었다. (윤 총장은)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의원은 “윤 총장은 어쩔 수 없이 차기 대선 국면을 좌우할 강력한 상수로 자리 잡았다”며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야권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윤석열 신드롬은 점점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반문재인 연대의 가능성을 봤다며 “나쁠 게 없는 결과”라는 해석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감사하다. 미국 선거처럼 정상 국가로 돌아가기 위해 반문 연대 세력에게 국민들께서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