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정책에 있어 ‘선(先)비핵화-후(後)제재완화’ 기조와 실무협상 중심의 ‘바텀업’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바이든 측 인사들에게 정상 차원의 북미 대화에 우선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전략이 확정되기 전 우리의 대북 기조를 알려 방향을 틀어보려 나선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같은 날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등을 면담했다면서 “바이든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을 만나 정상 차원에서 북미 대화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당선인과 가까워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다이고, 머피 의원 역시 국무장관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인사이다. 다만 머피 의원은 본인 사정 화상으로 면담했다.
강 장관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이날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공화당 소속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와도 만났다. 강 장관은 또 바이든 측에 외교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앨런 소장도 면담했다면서 “앨런 소장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한 입장을 당선인 측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이들과의 만남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민주당 행정부는 우리 정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또 이들 인사에게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과 함께 종전선언에 대한 우리 정부 구상과 지금까지 있었던 미국과의 협의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간 전화통화도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교당국 차원의 노력도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다만 강 장관이 만난 인사 가운데 바이든 캠프에 직접 소속된 인사는 없다. 바이든 캠프에서는 현재 외국 정부 인사와의 접촉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현 행정부 인사들과 만나 새 행정부 출범 전까지 한미관계 및 한반도 문제 관련 공조를 긴밀하게 유지하기로 했다”며 “바이든 당선인 측과 가까운 의회, 학계 유력 인사들을 두루 만나서 한미동맹 발전에 대해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