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오른쪽)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진행된 총리 질의응답 도중 발언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전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트럼프’라고 지칭하며 친분을 과시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전 대통령(previous president)”이라고 표현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진행된 ‘총리 질의응답’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 회담에 관한 질문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었고, 지금도 그렇다”라며 “백악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영국 총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20일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을 전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존슨 총리는 “새로 당선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와 우리가 공동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많은 분야를 찾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다. 전날 존슨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과 기후 변화 대응, 민주주의 촉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등 공유하고 있는 우선순위와 관련해 협력하자는 내용의 전화 회담을 했다. 이어 그는 “이 대화를 나누게 돼 매우 신선했다. 더 많은 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존슨 총리는 별도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과의 통화가 곧 양국 관계의 전통적인 이슈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기 위해 올린 메시지의 배경에 ‘트럼프’, ‘두 번째 임기’ 등의 문구가 희미하게 쓰여있다./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존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확실히 등을 돌린 것은 전날 불거진 축하 메시지 논란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영국 매체들은 존슨 총리가 지난 8일 트위터에 올린 바이든 당선 축하 메시지의 밝기와 색상을 조정해 본 결과 희미하게 ‘트럼프’, ‘두 번째 임기’라고 쓰여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오자 영국 정부는 “미 대선이 박빙 대결이어서 두 가지 메시지를 준비했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일로 존슨 총리와 바이든 당선인 간 미지근한 관계가 더욱 위험에 처할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앞서 존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지지를 보냈고, 존슨 총리를 ‘영국의 트럼프’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협정을 무력화하려고 하자 직접 우려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