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우유 배달원이 군산시에 남기고 간 상품권과 편지. /사진제공=군산시
“새벽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 제 어머니, 아버지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번 겨울 따뜻하게 지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한 50대 남성이 우유 배달을 해 번 돈을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위해 쓰고 싶다며 익명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2일 전북 군산시에 따르면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남성이 지난 10일 복지정책과를 찾아와 봉투를 내놓았다. 봉투에는 군산사랑상품권 30만원어치와 현금 5만원,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부가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며 “자녀 없이 홀로 사는 어르신들, 힘겹게 사시는 분 중 한 분을 후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겨울에 한 번 정도 기름이 바닥났을 때 가득 채워 드리겠다”며 “능력이 되면 두세 번 정도 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제 어머니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에서 지원을 잘 해줘 잘 지내고 계신다”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주위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끝내 정확한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시의 한 관계자는 “나이는 50대 후반으로 보였고 대학생 자녀들이 있다고 했다”며 “새벽 우유 배달을 하는 것 등을 볼 때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아 보였다”고 전했다.
김장원 복지정책과장은 “생활형편도 어려울 텐데 힘들게 번 돈을 내놓은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며 “기탁금은 그분의 뜻에 따라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양=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