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코로나에 '백기'… 1~3분기 법인파산 역대 최다

올 9월까지 신청 815건 달해
서울회생법원 "내년이 더 걱정"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며 기업들이 경영악화라는 벼랑 끝에 내몰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에도 ‘경제 청신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2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4~3·4분기(1~9월) 전국 법원 파산부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총 815건에 달했다. 법인파산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법인파산 신청은 2013년 343건, 2016년 533건, 지난해 691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법인파산 신청 증가폭 역시 같은 기간 대비 가장 컸다. 2014년은 전년 대비 16% 늘었고 2016년은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이후 증가폭은 0.2%로 다시 낮아졌다가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17.9% 급증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폭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로 한계에 다다른 기업이 급증했다”면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도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파산 신청이 분명히 늘었다”며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경제 상황이 더 문제”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도 늘었다. 2018년 1·4~3·4분기에 3만2,113건이었던 개인파산은 올해 같은 기간 3만7,450건으로 늘었다. 2년 만에 16.6%나 급증한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인파산 신청절차 간소화에다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제출서류가 줄어드는 등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신청의 벽이 낮아지기도 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파산 신청서류는 올 초 ‘개인파산 및 면책 신청사건에 관한 개정 예규’ 시행에 따라 29가지에서 14가지로 줄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서류 간소화로 개인파산 신청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건이 법원에 들어왔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정 악화 때문에 법원을 찾는 이들 역시 많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 정책 등의 영향도 있지만 올해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었던 만큼 이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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