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검토한다.

12일 관계부처 및 KDB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채권단인 산은과 물밑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여론의 반응 등을 의식하고 있어 최종 확정단계에서야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다음주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구조는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대고 한진칼이 금호산업에서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산은은 이 같은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식매매계약(SPA)이 무산된 후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 힘써왔다. 하지만 채권단의 자금수혈로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한진그룹 측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그룹 내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세계 10위권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빅딜’ 성사 땐 시너지 크지만…넘어야 할 산 많아

한진칼 최대주주 3자 연합 반발…특혜시비도 우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될 경우 매출 규모 2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10위권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항공업 구조조정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의 반발과 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에 필요한 자금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12일 관계부처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항공업 빅딜의 밑그림을 그린 것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현대중공업을 끌어들여 대우조선해양 매각 성공을 이끈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맺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가 무산된 지난 10월 이후 한진그룹을 접촉함과 동시에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를 설득해 협상 테이블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빅딜이 성공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막대하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2조6,834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6조9,658억원)을 합하면 19조6,492억원에 달한다. 보유 항공기 대수도 240대로 늘어 경쟁사인 에어프랑스(225대) 등을 앞지른다.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한 국내선 기준 수송객 점유율도 62.5%까지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중복된 항공기 노선 등을 단일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진다.

정책당국이 빅딜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은행 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무산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했다. 또 금호리조트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곤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빅딜안’을 두고 최근 기재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성공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당장 한진칼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의 반발을 딛고 유상증자에 성공해야 한다. 한진칼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꾸린 3자 연합이 47.7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41.3%의 지분을 각각 쥐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이후 3자 연합 지분은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자 연합 입장에선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로 3대 주주로 올라서는 상황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3자 연합은 이사회 진입을 위해 이르면 다음 주께 임시주총 소집을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돈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30.77%)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인수할 수 있다. 자본잠식 위기를 타개하고 2,291%(상반기말 기준)에 달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에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하다고 책정했던 자본확충 금액은 2조1,772억원에 이른다.

반면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초라한 수준이다. 상반기말 기준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은 2,821억원에 불과하다.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동원한 수 있는 돈은 4,226억원 수준이다. 산은의 자금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돈을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할 경우 특혜시비가 일 가능성도 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는 상황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산업은행은 이번 항공업 빅딜과 관련 “여러 옵션 중 하나로 검토 중이나 확정된 건 아니다”고 밝혔다.
/김상훈·김지영·빈난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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