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교차로에 위치한 롯데손해보험빌딩
롯데손해보험(000400)이 남대문 사옥을 매각한다. 시장에 알려진 매각가는 평당(3.3㎡) 약 1,900만원 수준으로 매각이 완료되면 약 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캡스톤자산운용을 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연내 딜 클로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수자는 홍콩계 투자 기업인 PAG(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로 알려졌다.
롯데손해보험 빌딩은 과거 대한화재해상보험 시절인 1980년 준공된 지하 4층~지상 21층 건물이다. 남대문 교차로 대로변에 위치해 가시성과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매각하는 것은 롯데손해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지하 아케이드 매장 일부와 지상층 전체다. 롯데손보는 평당 약 1,900만원으로 약 2,000억원을 최초 제시했다. 캡스톤자산운용은 인수 후 임차인을 유지하면서 층마다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밸류애드(Value-added) 전략으로 자산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손보는 최근 상업용 오피스 가격이 크게 오르자 부동산 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3·4분기 국내 오피스 거래금액은 약 6조2,000억원으로 역대 분기별 거래 금액 최고치를 경신했다. 조만간 시행되는 보험사들의 새 지급여력제도 킥스(K-ICS)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행 RBC제도에서는 보험사들이 보유한 부동산자산의 위험계수를 △업무용 6% △투자용 9%로 계산하지만 킥스에서는 최고 25%까지 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회사 내부에 현금으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이 약 3배 늘어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이 달라지면서 부동산을 굳이 보유하고 있기보다는 매각 후 장기 임차하는 것이 효용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대규모 현금이 한 번에 유입되는 만큼 자본건전성 제고와 투자 재원 확보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바람은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KB손해보험도 최근 수도권과 지방 지점 11곳을 계열회사인 KB자산운용에 매각키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중이다. 자산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로 매각 후에도 15년 장기 임차하는 조건을 달았다. 신한생명도 지난 9월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신한L타워’를 신한알파리츠(293940)에 평당 3,000만원에 매각하고 장기 재임차 계약을 맺었다./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