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1만대 만들겠다" 美서빙로봇 '무모한' 도전 이유는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화상 인터뷰
"韓 로봇생산 최적기지…비용 대비 인프라 뛰어나"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서빙 로봇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박호현기자

“미국 본사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가 설득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로봇을 생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의 제조업 생태계가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고 경쟁력이 있다는 걸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제조업이 공동화되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잘나가는 서빙로봇 개발업체인 베어로보틱스는 한국서 생산하기로 결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하게 됐는지 서울경제가 하정우(사진) 베어로보틱스 대표와 줌(Zoom)을 통해 12일 화상 인터뷰를 했다.

하 대표는 “전세계서 서빙로봇 주문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물량을 모두 한국에서 생산할 것”이라며 “한국은 로봇 생산의 최적 기지”라고 강조했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산품은 중국서 만드는 게 유리하지만 로봇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로봇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수준이 안정적이어서 생산기지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때문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지만 우리가 한국 기업들과 진행하는 로봇 개발과 생산일정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국을 로봇생산 기지로 선택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행을 만류하던 미국 본사 직원들이 이제는 더 만족해 하고 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자율주행 기반 서빙 로봇 개발사로 현재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올해엔 소프트뱅크, 롯데엑셀러레이터, DSC인베스트먼트(241520), 라인(Line), 스마일게이트 등에 3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는 등 외형 확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창업 3년차 서빙로봇 기업인데 선주문만 1만대가 밀려있다.

내년부터 한국서 1만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빙로봇의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 자율주행 기술로 가는 서빙로봇 특성상 식당의 다양한 장애물을 피해서 테이블까지 안전하게 음식을 전달해야 하는데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은 “고객들의 신발이나 다리 등도 즉각 인식해 피해가는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서빙로봇이 확산되면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하 대표는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존재”라며 “식당 직원들의 일손을 덜어내 직원들의 서비스 품질을 더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빙로봇을 도입한 미국 식당의 직원들 팁이 올라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국내 기업으로서 서빙로봇 상용화에 처음 성공한 베어로보틱스는 연매출 2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푸드 서비스 기업 컴패스(Compass)에 서빙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서는 롯데리아, TGI프라이데이스, 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의 주문을 받고 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