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 경제운용방향, 내수 쇼크 막을 실질대책 담아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9월 3.5%에서 3.1%로 낮춰잡았다.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민간소비다. 9월 전망 때 2.7%에서 2.4%로 내렸는데 올해 -4.3%(전망치)에 따른 기저효과마저 기대하기 힘들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제조업이 살아나도 서비스업 위축으로 노동시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KDI는 취업자 수가 올해 17만명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올해 감소분과 비교해 10만명 증가에 머물 것으로 봤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이어지면 내수는 쇼크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


결국 내년 경제의 성패는 내수 살리기에 달린 셈이다. 정부로서는 다음 달 발표할 ‘새해 경제운용방향’을 어느 해보다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과거 정책을 조합해 포장만 새것처럼 할 경우 재탕·삼탕의 나열에 그친 한국판 뉴딜의 복사판이 될 것이다. 그런 뒤 추가경정예산안을 또 내민다면 그야말로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다.

정부는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자동차의 개별소비세 할인 조치를 연장하고 개소세 할인·면제 품목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국회도 이해집단에 눌려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 확대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한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아이슬란드·터키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 투자를 끌어낼 종합세트를 원점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12일 여당을 찾아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수용해야 한다.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더라도 일단은 살려놓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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