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많이 받는 곳인지...구성원과 케미는 맞는지... 꼼꼼히 따져야 '스타트업 취업' 성공한다

코로나 직격탄에 문 닫는곳 늘어
미리 인턴해보고 투자 여부 체크
비전 있는 좋은 회사인지 따져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타트업 채용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가 준 데다 스타트업의 매출마저 줄면서 신규 채용 여력이 쪼그라들어서다.

자신의 꿈을 위해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에 취직을 했지만 살아남지 못해 후회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어떤 VC들이 투자를 했는지, 투자단계가 어디쯤 있는지, 구성원 간 분위기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한발 더 다가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 옥석을 가리는 위한 기준은 뭔지를 알아봤다.

12일 스타트업 관련 민간비영리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스타트업 취업에 긍정적인 취업준비생은 올해 응답자의 23%로 지난해 32%에서 뚝 떨어졌다. 2017년 19.5%, 2018년 23%로 꾸준히 올랐다가 올해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나 부정적인 인식이 지난해 28.5%에서 41%까지 치솟았다. 스타트업 이미지 조사에서 ‘불안정·불투명’이라는 반응이 12.6%에서 22.6% 두 배로 커졌다. 반면 ‘혁신적·창의적’이라는 응답은 39.2%에서 33.2%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취업의 장점은 덜 보고 단점이 부각된 결과다.

또한 대기업 재직자 중에서도 지난해 20%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했지만 올해 17.6%로 떨어져 의지가 꺾였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창업, 스타트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는 선호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에 취업할 경우 대기업 공채와 비교해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더 신중히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흔한 방법은 일반적인 취업박람회보다는 투자사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데모데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 비전에 동참시키기 위해 마련된 취업 설명회 자리와 달리 데모데이에서는 객관적인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행사에 등장하는 여러 스타트업과 비교도 해볼 수 있다.

인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기업에 대해 알아내기 좋은 방법이다. 신입 인력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스타트업 특성상 인턴 제도는 서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도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 업무 보조가 아닌 IT 활용 실무경험은 물론 정규직 채용을 연계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 대부분은 제대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데모데이, 공개 강연 등을 통해 기업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관심 있는 스타트업에서 6개월가량 인턴 근무하면 취업준비생도 어느 정도는 좋은 회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내 문화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블라인드, 잡플래닛, 원티드, 잡코리아 등 취업 정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소수의 멤버로 구성된 스타트업이라 대표는 물론 직원 개개인의 면모로 직장 분위기가 좌지우지되기 쉽다.

스타트업이 어느 투자사에 투자받았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투자사는 한 해 수천여개의 스타트업을 심사해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좋은 투자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장래가 보장된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투자사가 과거에 어떤 회사들에 투자해 성과를 거뒀는지까지 찾아봐야 한다.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는 “투자금이 많다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니고 평판이 좋은 투자사가 선택한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정도 검증을 통과한 것”이라며 “특히 스타트업은 경험 많은 투자사로부터 회사 문화가 이식되거나 생성되기 때문에 과거 어떤 회사에 투자했는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가 어느 단계에 위치한 지도 확인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는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A·B·C 등으로 이어진다. 통상 시리즈 A 단계 이상을 궤도에 올라야 안정적이라고 본다. 한해 국내에서만 약 1,500건의 시리즈 A 이상 투자가 이뤄지는데 이 이하라면 아직 조심해야 한다는 게 스타트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은 “투자 스테이지(단계)가 시리즈 A 이상이고, 투자받은 지 오래되지 않을수록 회사는 안정적”이라며 “다만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신입보다는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입사 타이밍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창업을 염두에 두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배우기 위해 취업하는 경우에는 어느 자리에서 일하는가가 핵심이다. 소수의 인원이 광범위한 업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특화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주요 스타트업의 핵심인 개발자 업무와 멀리 떨어지는 업무 분야는 창업을 꿈꾸고 들어온 직원에게는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이 이사장은 “개발자가 아는 다른 업무를 맡더라도 개발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면밀히 알고 있어야 나중에 좋은 개발자와 함께 창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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