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우려, 코로나 백신 나와도 어두운 겨울 못 피한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예방 효과 90%라는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어두운 겨울을 막지는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단기가 아닌 중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것이죠. 지난 10일 ‘3분 월스트리트 예방 효과 90% 화이자 백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에서 전해드린 예측과 맞아 떨어집니다. 이날 시장도 파월 의장의 말에 반응하면서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그의 발언과 의미를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백신효과 판단하기 일러...몇 달 간 어려울 것"
파월 의장은 12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와 함께 한 화상 패널토론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의미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는 (백신) 뉴스가 경제의 경로, 특히 단기적으로 의미하는 바를 어떤 확신을 갖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세에) 앞으로 몇 달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는 화이자사 백신이 연말부터 접종이 가능하더라도 당장 모든 미국 국민이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며 당분간은 코로나19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지난 11일에만 14만4,0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는데요. 뉴욕주는 실내 모임 인원 수를 10명으로 제한하고 밤 10시 전까지 술집과 식당, 헬스장의 문을 닫으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야간 통행금지령인데요. 다른 주에서도 부분 락다운 조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짜고 있다는 뜻이지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더라도 중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백신은 중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최근 몇 달 동안 둔화됐으며 반등은 고르지 못하고 불완전하다”며 “경제가 회복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보지만 우리가 보는 가장 큰 위험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생산과 유통, 효능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최근의 백신 진행 상황은 중기적으로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죠.

소비자 물가변동 없어...추가 락다운 땐 명확한 더블딥으로
문제는 내년 초까지 상황 통제가 되지 않으면 전국적인 추가 락다운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코로나 TF에 있는 마이클 오스터홀름 박사는 “4~6주간의 전국적인 봉쇄가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임기 기간에는 추가 락다운은 없을 테니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20일 락다운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경제는 다시 고꾸라지면서 더블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실제 파월 의장이 언급했든 회복 속도는 지금도 느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오름세가 끝난 것인데요. 시장에서는 10월 CPI가 0.1% 상승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를 밑돌았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 역시 전월과 같았는데요. 아직 경제가 충분히 달궈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파월 의장도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예전과 같은 경제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데요. 그는 이날 “우리는 예전과 같은 경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술이 더 많이 활용되면서 저임금과 사람을 대면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전부터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이에 대한 생각이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조달러 vs 6,500억달러 간격 큰 부양책...결국 내년 초 통과가능성
이 같은 상황은 결국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귀결됩니다. 지금의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소비감소와 경기 위축을 고려하면 추가 부양책 없이는 경기를 떠받칠 수가 없습니다. 연준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코로나19와 가계 상황입니다. 이중 연준이 가계에 관심을 쏟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현금지급 같은 재정지출 효과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연준의 돈풀기로는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날도 파월 의장은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2조달러 이상의 추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어 공화당과 간극이 크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아직 의회의 분위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10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2조달러를 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공화당은 6,500억달러 안을 찬성하기 때문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3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 입장에서는 대규모 부양책에 동의할 이유가 적습니다. 가뜩이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데 선거에서도 졌으니 앞으로는 많이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죠. 이 때문에 올해 부양책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이날 내놓았는데 내년 1·4분기에 추가 부양책 통과 가능성을 61%로 봤습니다. 또 경기부양책 규모에 대해서는 58%가 1~2조달러 범위, 29%는 1조달러 미만 , 13%는 2~3조달러라고 했습니다. 결국 미국 경제는 많은 소상공인과 식당, 저소득층이 이번 겨울을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관건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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