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13일 서울 강서구 KCC오토타워에서 종하체육관 재건립 기부 업무협약식에 참가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43년 전 울산 종하체육관을 지어 기증한 고 이종하 선생 장남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대를 이은 통 큰 기부에 나섰다.
울산시는 13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KCC오토타워에서 기부자 이주용 회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종하체육관 재건립 기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서에서 이주용 회장은 울산의 미래발전을 위해 복합시설(창업·교육·문화공간)로 재건립해 울산시에 기부하고, 기타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송 시장은 “노후화한 종하체육관 재건립을 위해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선정했으나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등 최근의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우리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선대의 뜻을 이어 울산발전을 위해 새로운 건물을 건립 후 전국 최초로 대를 이은 기부를 해주시는 기부자 이주용 회장님의 큰 뜻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주용 회장은 “종하체육관에 대한 울산시민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울산의 미래발전을 위해 울산시민이 100년 이상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해 기부하겠다”라고 말했다.
고 이종하 선생(오른쪽)이 지난 1977년 11월 울산 종하체육관 준공식에서 아들인 이주용(가운데) KCC정보통신 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박재환 당시 울산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사진=종하장학회
울산은 1962년 공업도시로 지정된 후 급속하게 인구가 늘었으나 실내 체육관이 없어 도내 체육대회가 열려도 전 울산초등학교에서 치러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고 이종하 선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토지 1만2,740㎡에 건립비용 1억3,000만원을 더해 1977년 관람석 1,200석 규모의 현재 종하체육관을 건립한 뒤 울산시에 기증했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종하체육관은 울산 도심 중심으로 인근에 울산시청과 각종 금융기관, 정부기관이 위치해 있다. 뛰어난 접근성으로 준공 이후 줄곧 울산을 대표하는 체육시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건립된 지 40여 년이 지나면서 체육 대회 대신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울산시는 이곳에 새 시설을 지으려 했으나 지역경제 위기에 따른 재정압박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2005년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종하체육관 전경. /사진제공=울산시
고 이종하 선생의 장남인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은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나 1953년 경기고, 1958년 미시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67년 ‘국내 1호 소프트웨어(SW) 기업’인 한국전자계산소(KCC정보통신의 전신)를 설립했다. 특히 1960년 미국 IBM사에 한국인 최초로 입사한 인물로 1967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컴퓨터를 들여와 ‘한국 IT 산업의 문익점’으로 알려져 있다. 1976년 주민등록번호 보안체계를 개발해 주민등록 전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는 당시 산업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던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일본보다 7년이나 앞서 국민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준 프로젝트였다.
이주용 회장은 지난 2017년 KCC정보통신 창립50주년을 맞아 600억원 상당의 개인 사재의 사회 환원을 공언했다. IT인재양성, 벤처육성, 기술발굴을 통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종하체육관의 다목적 복합시설로의 재건립도 사회환원의 일환으로 기부를 약속하게 됐다.
새로 들어서는 복합시설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울산 청년 창업자를 위한 ‘창업공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공간’, 울산시민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 등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