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파수 재할당 논란 해결하려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신문방송학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 대한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통사들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1조원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통사들은 주파수의 실제 가치인 예상 매출을 근거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통신사의 예상 매출에 과거 경매 낙찰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이통사에 부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문제는 관련 법령에 주파수 할당 대가에 대한 명확한 산정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통사와 정부 간 산정기준에 대한 해석이 달라 충돌이 발생하는 이유다. 정부는 주파수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으니 과거에 지불했던 가격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고 이통사들은 통신환경이 5세대(5G) 시대로 바꿨으니 LTE 주파수 가격은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를 민간 기업에 할당하면서 적정 대가를 부과해 경제적 가치를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디지털 뉴딜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과 세수 확충을 위해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 할당 대가를 최대한 많이 받을 필요도 있다. 다만 적정선을 넘는 과도한 할당 대가 징수는 자칫 주파수라는 공공자원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경매라는 특별한 방식을 통해 주파수가 할당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승자의 저주’ 현상이 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영국과 독일의 통신사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3G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낙찰받은 후 재정이 악화해 신용등급 하락과 3세대(3G)망 투자 지연을 초래했고 요금 인하 여력 상실로 이용자들도 피해를 봤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이통사들은 협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대가를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과 지금의 경제적 가치를 반영해 적절한 할당 대가를 결정하자는 업계의 입장 사이에 절충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과거에 책정된 LTE용 주파수의 가치가 현재 5G 시대의 가치와 동일한 것인지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적용하고 이통사들은 5G 통신망에 대한 투자 내역과 계획을 데이터로 증명해 합리적인 할당 대가 산출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정부와 이통사 사이에 매번 논란이 되고 있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 대한 기준을 전파법에 명시해야 한다.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 사업자들이 주파수 재할당 시기에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예상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주파수 할당 정책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전파법은 전파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이용과 전파기술의 개발을 촉진해 관련 분야의 진흥과 공공복리 증진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과정에서 정부와 업계는 5G 기술에 기반을 둔 디지털 뉴딜의 성공과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현명한 대안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합의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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