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곧 출간되는 자신의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위협을 느낀 백인의 두려움과 반감을 자극해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았다고 맹공했다.
아울러 자신이 취임할 당시 전임자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정권인수에 적극 협력했다며 현재 대선불복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닷새 뒤 출간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786쪽 짜리 회고록 ‘약속의 땅’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위협을 느낀 백인들의 두려움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극했다”며 “백악관에서 나라는 존재가 저 안쪽의 공포, 자연스러운 질서가 방해받았다는 느낌을 촉발한 것 같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할 때 트럼프는 이걸 잘 알고 있었다”면서 “‘백악관의 흑인’에게 겁먹은 수백만의 미국인들에게 트럼프가 인종적 우려에 대한 묘약을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에 대해서도 비판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공화당 내 강경보수 세력 ‘티파티’의 지지를 기반으로 2008년 대선 당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에 나선 것을 거론하면서 “페일린을 통해 공화당 주변을 맴돌던 외국인 혐오와 반(反)지성, 망상적 음모론,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이 중앙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논란 역시 첫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백인들의 우려에 호소하려는 공화당의 시도가 과장된 버전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트럼프나 (공화당 하원의장이었던) 존 베이너나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나 크게 다를 게 없었다”면서 “사실 유일한 차이라면 트럼프는 거리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의 인수인계를 받은 과정에 대해 높이 평가한 대목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제도에 대한 존경 때문이거나 부친으로부터의 가르침 때문이거나 자신의 정권인수 과정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냥 기본적인 품위 때문이거나, 모든 걸 순조롭게 하려고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며 “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똑같이 해주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적었다.
현재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서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면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 직감이 알려준 것인데, 조는 품위 있고 정직하고 충성스럽다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고 상황이 어려워질 때 나는 그를 믿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2006년 ‘아버지로부터 받은 꿈들’(Dreams From My Father), 2008년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퇴임 후 회고록으로는 처음으로, 오바마 부부는 선인세로 6,500만 달러(720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미셸 여사가 2018년 출간한 회고록 ‘비커밍’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