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00층 공사현장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아파트 등 잠실 일대의 모습./권욱기자
금융당국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에도 적용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고소득자만 핀셋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당장 16일부터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차주단위 DSR 적용대상을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로 확대한 데 있다. DSR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하는 사람의 상환 여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현재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는 차주에 한해 차주별 DSR 40%(비은행권 60%)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소득 8,000만원 넘는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을 경우에도 DSR 40%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 넘는 차주가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부동산 관련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 신용대출이 주담대를 우회 수단이 됐다는 지적을 겨냥해 사후용도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다.
고(高) DSR인 70%, 90% 초과 대출의 비중도 시중은행 기준 각각 5%, 3%로 하향 조정한다. 현재는 15%, 10% 수준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기 이전 수준으로 관리하고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위 측은 “차주별 DSR 대상 확대와 사후 용도 관리 강화는 오는 전산시스템 정비 등을 거쳐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며 “고 DSR 비중 관리기준은 내년 1·4분기 말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기 대책 외에 장기적으로 상환능력 위주의 대출심사가 이뤄지도록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도 마련된다. 현행 금융기관별 평균 DSR로 관리해온 데서 차주별 DSR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주담대에 적용 중인 DTI(총부채상환비율) 대신 DSR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DSR 산정 시 청년층의 경우 미래예상소득을 고려하고 소득 파악이 어려운 차주의 경우 대체지표를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 측은 “전세대출은 상환의 목표보다 주거서비스의 성격으로 봐야 해 DSR로 적용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며 “DSR에 적용하는 대출을 바꿀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고소득자의 신용대출만 핀셋으로 규제에 나선 데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한 탓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뛰었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는 신용대출이 급증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기준 주담대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반면 신용대출은 16.6% 확대됐다.
신용대출의 급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및 공모주 청약 열풍, 주택 거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와 관련한 서민층의 생활 자금 수요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를 노리고 부동산 시장이나 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단기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