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을 통한 직접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고용의 ‘디딤돌’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일 경험 소득 보조 목적으로 한시적 저임금 일자리 관련 예산을 매년 불리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축소해야 한다는 일침이 나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13일 국가재정운용계획 지원단은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 보고서를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과 청년층 대상 공공 부문 단기 일자리 사업 등은 소득보전기능 외 본연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직접 일자리 사업이 단기 고용위기 대책으로 미흡한 고용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회 통합을 위해 예산 비중에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에 따르면 직접 일자리 재정지출은 지난 2018년 2조원에서 올해 2조9,000억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지원단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사업 예산에서 직접 일자리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노동규제로 고용환경이 악화한데다 직접 일자리로는 고용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지원단은 직접 일자리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정책 재정투자의 재배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용성과 연동형 사업의 재정비 기준을 마련하고 여기에 예산 편성을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원단은 “재정투자 비중이 높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예산 비중을 줄이고 취약계층 대상 고용 서비스와 직업훈련을 중심으로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투자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 창출 사업은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부문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충격이 큰 상황이어서 구조조정 시기는 다소 미뤄뒀다. 지원단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가 해소되고 노동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 때를 대비해 탈출전략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만큼 노인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혁신성장 전략투자의 현황 및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정부의 데이터·인공지능(AI) 경제 전략투자 취업유발효과는 1만3,506명이었다. 이는 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AI 활용도를 높인다는 디지털 뉴딜의 ‘D.N.A. 생태계 강화’ 사업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하지만 정부는 ‘D.N.A. 생태계 강화’로 오는 2025년까지 총 56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3년 동안 약 1만3,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한 분야에서 5년 동안 56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정부는 그린뉴딜 중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을 확대하는 사업에서도 2025년까지 15만1,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미래 자동차 사업에서 정부는 최근 3년간 2만5,433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냈다. 물론 투입되는 예산 규모에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일자리 추산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질적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 세부사업별 일자리 산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6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의 190만개 일자리 산출 근거를 제시해달라”며 “어떤 사업에서 어떻게 일자리가 나오는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세종=박효정·하정연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