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핵심은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조이는 데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계자금, 전세자금에는 영향을 주지 않되 부동산·주식시장으로 흘러가는 신용대출을 ‘핀셋형’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집을 사는 경우 ‘대출 회수’라는 카드까지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당장 대출이 막힐 가능성은 낮겠지만 자금융통 계획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차주 단위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로 확대된다. DSR은 대출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 여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실행하는 차주에 한해 차주별 DSR 40%(비은행권 60%)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을 경우에도 DSR 40%를 적용하는 것이다. 제도 시행 후 신규로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거나 기존 신용대출에 신규까지 합해 1억원이 넘는 경우 해당된다. 이미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차주가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는 규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닌 금융사와 약정 당시 설정한 한도금액을 대출총액으로 간주한다.
금융당국은 주담대가 2억원 미만인 경우 DSR 40% 규제가 적용돼도 추가 신용대출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가령 기존에 금리 3.0%, 만기 20년짜리 주담대 2억원에 신용대출 1억원(금리 3.5%)을 보유한 차주라면 연 소득이 1억원일 경우 추가로 신용대출을 7,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같은 조건으로 주담대가 4억원이 있다면 연 소득이 1억2,000만원을 넘어야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30일부터 1억원 초과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사후 용도 관리도 강화된다. 차주가 대출 후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기존 7,000만원 신용대출을 보유한 개인이 규제 시행 이후 4,000만원을 추가로 신용대출 받고 1년도 안 돼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추가로 받은 4,000만원은 회수 대상이 된다. 차주별 DSR 40% 규제와 마찬가지로 이미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권의 고(高) DSR 대출 비중의 목표 수준을 낮추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DSR 70% 초과와 90% 초과 대출 비중은 각각 15%, 10%에서 5%, 3%로 내려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 시중은행이 하향 조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규제 수용성 측면에서 과도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차주별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대출심사가 이뤄지도록 개선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금융기관별 평균 DSR로 관리해온 데서 차주별 DSR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주담대에 적용 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DSR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DSR 산정 시 청년층의 미래예상소득을 고려하고 소득파악이 어려운 차주를 겨냥한 대체지표를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은행권에서는 당장 대출이 막히지는 않지만 개인 차주의 자금융통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연 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는 대상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자금융통 계획에는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주담대를 받기 전에 마이너스통장으로 먼저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은 고DSR 대출 비중을 관리하고 있어 하향 조정돼도 큰 무리가 없다”며 “DTI를 DSR로 바꾸고 DSR를 차주 단위로 바꾸는 게 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영·빈난새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