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겨 수사를 방해할 경우 강제로 비밀번호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반헌법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3일 성명에서 “헌법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며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추 장관의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진술 거부 대상인 휴대폰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는다고 제재한다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게 된다”고 했다. 민변은 이어 “헌법상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 등에 비춰 법무부 장관은 위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추 장관에게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이번 지시에 대한 자기 성찰을 갖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법무부는 반인권적이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에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발상은 사생활 비밀 보장이라는 헌법 취지에 정면 역행한다”며 “국민 인권을 보호하고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을 감시·견제해야 할 법무부가 개별사건을 거론하며 이런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전날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아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