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우리 국회의원들이 도쿄올림픽 성공에 대한 협조 등을 앞세워 한일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부터 한국이 선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관계의 연내 회복을 긍정하는 청와대와 여당 입장과 달리 양국이 실제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귀국 직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의 국민 감정을 호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교류와 협력의 문제들을 힘차게 추진해나가는 것이 현재의 과거사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얘기를 방일 기간 일본 측 인사들을 사적으로 만난 자리해서도 전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가급적이면 모든 한일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되면 징용 문제는 현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도 말했다. 김 회장은 징용 문제 외에도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에 대응한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한 한일 협력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석 등도 해결 과제로 언급했다.
김 회장 일행은 13일 스가 총리를 예방해 관련 입장을 전했다. 이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그 직전 스가 총리를 만나 건넨 제안과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측은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같은 날 김 회장 일행과 스가 총리 면담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상태라면 (일본 정부가) ‘일중한(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등으로 일한(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한국 측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김 회장 일행에게 요청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꺼낸 도쿄올림픽 협조 등의 카드만으로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가 올해 말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을 연 뒤 강제징용 소송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공동선언을 내놓고 싶어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 회장 일행의 방일에도 한국 측으로부터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우리(일본 정부)는 ‘제로(0)’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일본 고위관계자 역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느낌이 안 든다”고도 말했다.
김 회장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관련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매각 절차를 두고 “여러 기술적 이유로도 그렇게 단기간에 하기에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그 문제는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