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사진제공=제네시스
다음 달 제네시스의 본격적인 미국 공략이 시작된다. 제네시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드디어 미국 시장에도 이달 말부터 출시된다. 분위기는 좋다. 사전계약 2만 대를 돌파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SUV의 부재 때문에 SUV 중심인 미국 시장 공략에 애를 먹었던 제네시스가 GV80을 시작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이달 말부터 GV80의 도매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매에 이어 현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다음 달 초가 될 전망이다. GV80의 미국 판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지 당국 인증 절차가 미뤄지면서 연기돼 왔지만 드디어 출시가 가시화된 것이다.
출시를 앞두고 분위기는 고조돼 있다. 우선 사전계약 건수가 2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인 2만1,233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제네시스는 G80과 G70 등 세단으로 구성된 현재 라인업의 한계 때문에 SUV 중심의 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 3·4분기에도 제네시스는 3745대를 팔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같은 기간 7만5,285대를 판 것과 대조적이다.
제네시스 GV80./사진제공=제네시스
상황이 이런 만큼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SUV GV80에 거는 기대는 크다. GV80이 앞장서 활로를 뚫어주면 이후 투입될 GV70 등 차량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에서 GV80은 4기통 2.5ℓ 터보와 6기통 3.5ℓ 트윈터보 엔진으로 라인업이 구성될 예정이다. 4기통 2.5ℓ 터보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m이며, 6기통 3.5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각각 380마력, 54.0kg·m에 달한다.
GV80의 현지 평가는 최상급이다. 제네시스가 지난달 뉴욕과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의 주요 매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승행사에서 현지 기자들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온라인 자동차 미디어 ‘모터1’의 브랜든 터커스 기자는 “급가속 시 발생하는 매끄러운 엔진음이 세련된 럭셔리 자동차에 어울리는 주행 경험을 연출한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크리스틴 리는 정숙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폭발적인 가속력을 낼 때 이외에는 엔진의 존재를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라며 “GV80는 쉽게 말해 ‘소음이 없는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80./사진제공=제네시스
현지 매체는 디자인에도 관심을 보였다. ‘슬래시 기어’의 크리스 데이비스는 “GV80의 실내 대부분은 놀랍게 느껴진다”면서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인포테인먼트 화면, 운전대 스위치나 조작부의 세부 디자인, 패들시프트의 상쾌한 금속 재질 등 모든 부분에 신경 썼다는 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 측은 “현지 시승 기자 중에는 ‘북미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 올해의 차’ 심사위원 다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자들이 GV80에 대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모두 갖춘, 잘 만든 럭셔리 SUV’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GV80의 미국 시장 성공은 현대차(005380)의 글로벌 성적표와도 연결돼 있다.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제네시스의 세계시장 안착은 현대차에 꼭 필요한데,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 미국이라는 평가다. 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고유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고장이고, 중국 또한 이들 브랜드의 선점 효과가 강하다. 미국 시장은 이들 지역과 비교하면 아시아 브랜드에 상대적으로 열려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GV80의 미국 출격은 여러모로 관심을 모은다”며 “GV80의 성패가 제네시스의 세계시장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