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20대들의 스타트업, 골리앗을 이긴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최강을 상대로 한 풋내기의 다소 무모한 도전을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한다. 왜소한 소년 다윗은 2m의 거인 장수 골리앗과 물맷돌을 들고 싸운다. 철기시대에 돌을 든 다윗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다윗은 정확성과 속도의 강점으로 물맷돌 하나로 맹수들로부터 양을 지켜왔다. 전문 투석꾼인 다윗은 골리앗에게 속사권총 속도로 물맷돌을 날려 쓰러뜨렸다. 다윗에게 필요한 것은 싸움에 나서는 이유와 용기였다.

현장에서 20대의 다윗형 창업가들을 자주 만난다. 벤처캐피털 일을 하면서 가장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일단 그들은 아직 세상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뜻 무모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차게 사업계획과 기술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면 그들은 맹수를 이겨온 다윗이 된다. 철로 된 무기만 들지 않을 뿐 거인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가진 것이다.


선두 패션플랫폼으로 성장한 스타일쉐어를 6년 전 처음 만났다. 당시 20대 중반의 앳된 창업자는 충성도 있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여성 패션플랫폼의 미래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 동종업체까지 인수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플랫폼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한국인 중 가장 멀리 유인 우주여행을 꿈꾸는 로켓 개발 스타트업, 페리지우주항공도 있다. 이 창업자도 꿈을 위해 해외에서 KAIST로 돌아와 친구, 교수, 그리고 벤처캐피털과 함께 우주여행을 실현해 가고 있다. 벌써 로켓 기술은 전문가들에게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어 내년 말 시험 우주 비행을 기대한다.

전 세계 창업경진대회(SLUSH)에서 입상한 두브레인도 그런 회사다. 경영학을 전공한 창업자는 대학 입학 직후 정신지체 아이들에게 봉사하면서 진단 및 치료 애플리케이션의 불편함을 경험했다. 의대·공대 선배들과 함께 이를 분석하고 개발해 10세 미만 정신지체아동을 위한 디지털 진단치료 앱을 개발했다. 전 세계 아동 47만명을 대상으로 확보한 데이터로 국내외 우수 병원들과 함께 구체적 진단과 치료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스타트업의 성장 패턴은 이전과 매우 달라졌다. 다윗처럼 자신만의 혁신적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들고 겁 없이 창업한다. 그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아 급성장하고 유니콘이 된다. 아직 한국의 20대 창업자 비율(11%)은 미국(25%)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의 역동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산업변화가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을 촉진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 6년 전 시작한 BTS는 이제 21세기 비틀스가 됐다. 한국의 수많은 20대 창업자가 미래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될 그 날이 더 빨리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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