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국판 광군제’ 코세페, 이름값은 언제

박민주 생활산업부 기자


이달 초부터 보름간 열렸던 ‘한국판 광군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막을 내렸다. 아직 총 성과를 알 수 없지만 개막 후 일주일 만에 카드사 매출이 지난해 대비 8% 증가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보복소비 심리에 수혜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코세페와 거의 유사한 시기인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광군제는 중국 e커머스 업계의 투톱인 알리바바와 징둥의 매출만 합쳐도 1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군제는 2009년 알리바바의 쇼핑축제가 시초다. 당시 매출액은 84억원에 불과했지만 10년여 만에 1만배나 급증해 올해 84조원(알리바바 기준)으로 커졌다. 광군제가 벤치마킹한 원조 쇼핑행사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코세페는 2015년에 시작됐다. 중국 광군제보다 6년 정도 늦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성장세는 영 더딘 편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늘 지적받는 낮은 할인율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직매입하는 미국 유통업체와 달리 대부분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라 큰 폭의 할인율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때 라이브커머스, 가상현실(VR) 매장 등을 적극 활용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 실제 알리바바 입점업체 매출액의 60%는 라이브커머스에서 나왔다. 라이브 커머스는 코로나19 시대로 달라진 비대면 소비에 가장 적합한 유통채널로 불린다. 중국은 올 들어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장려하고 있다. 올 4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타오바오의 라이브커머스에 깜짝 등장해 직접 버섯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광군제 라이브커머스에도 유명인사 300여명이 총출동했다.

코세페가 할인율과 재미, 어떤 것도 충족하지 못하자 소비자들은 번거로운 해외 직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광군제나 블랙프라이데이로 이탈하고 있다. 이에 제조업체들도 코세페보다 광군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만난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광군제 준비에 정신없다”며 “코세페는 사실상 이름만 걸어 놓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6년을 맞은 코세페가 아는 사람만 아는 행사를 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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