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로 아세안과 관세 철폐 최대 94.5%…日과 첫 FTA 체결 효과도

■ 세계 최대 FTA RCEP 체결 영향은
아세안, 車부품 등 추가 개방…현대차·부품사 수출 청신호
日과도 무역장벽 낮췄지만 소부장 등 민감품목 양허 제외
"韓 GDP 0.51% 증가 효과…보호무역 확산 저지선 역할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자 박수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면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상품 관세 철폐 수준이 최대 94.5%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자동차부품 업계는 시장 확대의 호기를 맞게 됐다. 아울러 이번 협정으로 일본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셈이 돼 침체된 양국 관계 개선의 디딤돌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호무역 기조가 거센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로 자유무역의 저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RCEP 체결로 아세안 상품시장이 추가로 개방된다. 지난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 관세철폐율(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없애 관세철폐율을 국가별로 91.9∼94.5%까지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보면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은 안전벨트·에어백·휠 등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동차부품에 대해 최대 40%의 관세를 매겼으나 이를 없앴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완성차 공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현지 경쟁력을 높이면서 국내 부품 업체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화물차나 소형차에 대한 관세도 철폐됐다.

RCEP는 또 참여국과 개별적으로 맺은 원산지 기준을 통일해 양자 FTA 체결 때 발생하는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를 최소화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접시 안에서 얽히고설킨 스파게티 가닥처럼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절차 등으로 기업이 FTA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기존에는 중국·호주에 세탁기를 수출하려면 원산지 기준이 제각각 달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RCEP 체결로 기준이 하나로 통일돼 기업 편의성이 높아진다.


또 RCEP 참여국 전역에서 재료를 조달·가공하더라도 원산지 누적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한국이 중국에서 재료를 수입해 호주로 수출하면 한국 물량만 원산지로 인정했지만 앞으로 중국 물량도 원산지 누적으로 인정돼 관세 인하 혹은 철폐 혜택을 기업이 받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RCEP를 통해 일본과 최초의 FTA를 체결하면서 양국 간 무역장벽을 낮췄다. 최근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의 수준인 데 관계개선과 협력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경제효과가 단기에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에서 한일 간 관세 철폐 수준(품목 수 기준 83%)은 중국·호주·뉴질랜드(91~100%)는 물론 아세안에 비해서도 크게 낮기 때문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완성차·기계 등 주요 민감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육성이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품목은 개방을 제외하거나 열어도 20년 이상 장기로 관세를 낮추게 된다”고 말했다.

RCEP 체결로 코로나19 이후 불투명한 무역환경이 개선되는 점은 국내 경기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인도가 불참하더라도 상품 관세 감축에 따라 한국의 실질 GDP가 0.51%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약 54억7,6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시장 개방 등 추가적인 무역자유화와 원산지 규정 조화 등을 통한 비관세장벽 완화를 추가적으로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억누르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자국 우선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를 겪는 다른 나라들도 무역장벽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보호무역 정책을 당장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RCEP는 각국으로 번져가는 보호무역 흐름이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어벽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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