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가 늘린 예산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불요불급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국토위에서는 전국 72개 고속도로와 국도의 건설·정비사업 예산이 당초보다 1.5~2배가량 불어났다. 정부가 10억원으로 제출한 세종의사당 기본조사 설계 예산은 인근 교통 인프라 구축 비용이 반영되면서 약 13배인 127억원 넘게 증액됐다. 교육위는 저소득층의 ‘평생교육 바우처사업’ 지원 인원을 5,000명가량 늘리며 21억원을 증액했고, 이에 따른 운영예산도 28억원 추가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 대선 등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 증액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이미 올해 본예산보다 8.5%나 더 늘린 것이다. 그러잖아도 나라 곳간 사정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9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800조원을 돌파했고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108조원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기업의 부채도 2·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6%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국가재정마저 부실해진다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본래 의회 제도가 생겨난 주된 이유는 행정부의 과도한 예산 편성과 증세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선거 표심을 의식해 본분을 저버리고 ‘초슈퍼 예산’을 더 늘려 ‘초초슈퍼 예산’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나라 곳간을 지키려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경쟁에 빠진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