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과 물밑접촉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항공기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함께 계류돼 있다./영종도=오승현기자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조5,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동시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두 국적항공사의 원활한 통합을 추진한다고 산은 측은 설명했다.
두 항공사 통합 추진의 배경에는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없이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실제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가, 항공사 규모를 떠나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기 위해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진행돼 미국·중국·일본 등 인구 1억명 이상의 국가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이‘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개편된 바 있다. 최근에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일본, 미국 및 중국 등에서 항공사간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내 글로벌 10위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코로나 위기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및 코로나 종식 이후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산은 측은 내다봤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에 따르면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 시 세계 7위권으로 올라간다. 또 글로벌허브 공항인 인천공항 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Slot)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JV 확대, 신규노선 개발, 해외 환승수요 유치 등을 통해 외형 성장 및 규모의 경제 실현을 도모할 수 있다. 노선 운영 합리화,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 제고도 가능하다.
거래구조도./출처=산업은행
통합 시너지를 기반으로 대한항공 유상 증자 시 시장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직접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항공산업 정상화를 위해 소요되는 정책자금 투입 규모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운항스케쥴 및 연결편 개선, 노선 확대, 마일리지 통합 등 국내 항공 소비자의 편익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3사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 및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두 회사의 정비물량 확보로 해외 외주정비의 내수 전환을 통한 국부유출 방지와 정비·부품수주·훈련 등 MRO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등 연관산업 발전 및 국내 항공업 전반의 안전역량 제고 효과 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은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 및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양사 통합작업이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주로서 한진그룹은 책임경영을, 산업은행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거래의 당사자로서 투자합의서 등 계약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통합작업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는 구조다. 또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항공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신속히 통합을 진행하되 통합과정 및 통합 이후 고용안정, 소비자 편익, 관계회사 기능의 조정 및 재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예상되는 현안 및 요구사항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