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 대형주와 코스닥 간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대형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중소형주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국내 경기 회복도 선진국 대비 뚜렷한 상황에서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코스피200지수는 이달 들어 301.60에서 333.03으로 10.42%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0.00%)을 뛰어넘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5.87%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외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던 11월 둘째 주의 경우 5거래일 간 코스피200지수와 코스피가 각각 2.21%, 1.91%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1.42% 하락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11월 들어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주체가 개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뀐 가운데 외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형주가 수혜를 입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이달 들어 매일 ‘팔자’에 나서며 총 5조8,49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은 반대로 매 거래일 ‘사자’를 반복하며 총 4조 8,596억 원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7,65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인들은 135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외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들을 살펴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1조7,227억원), LG화학(7,672억원), SK하이닉스(4,212억원), 삼성SDI(2,984억원), 카카오(1,675억원) 등의 순으로 많이 샀다. 이 같은 자금 유입에 힘입어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6만3,2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 외인들의 매수세가 컸던 코스피 대형주의 11월 평균 주가 상승률은 13.16%에 달했다. 반면 순매수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코스닥 종목은 하나도 없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11월 평균 주가 상승률은 3.72%에 그쳤으며 일부는 1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상승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환율(원화 강세)이 신흥국 증시 투자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통제가 서구권 대비 원활하고 경기 회복 속도도 빨라 투자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한 달 사이 3조원에 달하는 매수를 단행했지만 연간 누적 매수는 여전히 23조원 가량 순매도 상태”라며 “코로나 이후 급격히 낮아진 외인의 국내 투자 비중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상당 규모 수급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도 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경기민감 대형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한편 외국인 장세가 끝날 경우 다시 성장주 투자가 유효해질 수 있으니 단기·장기 투자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는 경기민감주, 즉 반도체와 자동차 등 소비재·은행 등에 매수를 집중하고 있다”며 “트레이딩에 능한 투자자라면 단기적으로 외인들을 따라가는 전략도 나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배터리· 인터넷·반도체·친환경 등 성장주가 유망해 보이므로 지금을 성장주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