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광적인 음모에 미국 분열…트럼프에 책임 있다"

세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 출간 전 인터뷰서 직언
"사실을 무시하는 진실의 쇠퇴가 분열에 기여"

인터뷰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BBC 영상 캡처=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광적인 음모론’ 탓에 미국이 과거보다 더 분열됐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 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 발간을 앞두고 역사학자 데이비드 오루솔가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한 차례의 선거로 이런 분열상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공개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은 매우 분열되어 있으며 내가 처음 대통령선거에 나선 2007년과 당선된 2008년보다는 확실히 더 분열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열의 일부 책임을 “정치적으로 득이 된다고 판단해 분열을 부채질한 현재의 대통령에게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분열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을 분열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광적인 음모론’과 ‘진실의 쇠퇴’(truth decay)를 꼽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진실의 쇠퇴’가 분열에 어마어마한 기여를 했다”면서 “이런 경향을 뒤집는 덴 한 번의 선거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실의 쇠퇴’는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미국인의 공적 생활에서 사실과 자료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제시한 개념으로 ‘사실과 자료에 근거한 분석에 이견이 늘어나고 사실과 의견 사이 경계가 흔들리며, 의견과 개인적 경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과거엔 존중받았던 사실의 출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조 바이든이 사회주의자라든가 힐러리 클린턴이 소아성애자 조직을 이끄는 악마라는 음모론이 계속 떠돈다”면서 “나라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선출직이 이런 사실에 충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홍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이번 선거에서 봤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현실의 반격’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주류언론이 팩트체크에 나섰지만, 오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에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진실이 문밖에 나오는 순간 거짓은 이미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와 지방 간 불평등 확대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분열의 원인이라면서 “이는 세계 각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사람들은 경제적 지위 상승을 위한 사다리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면 반발하면서 (그 책임을) 다른 집단에 돌리는 주장에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종차별 문제를 “미국 역사의 가장 핵심적 단층선(fault line) 중 하나인 원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과 이후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대해서는 “절망과 희망이 모두 나타났다”면서 “형사법체계에서 인종과 편견의 역할이 사라지지 않고 노골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절망이었지만 과거보다 훨씬 큰 관심과 시위가 있었고 (시위가) 평화로웠다는 점은 매우 큰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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