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 중 대회 관계자들 앞에서 8번홀 티샷을 하는 임성재. /오거스타=AFP연합뉴스
‘꿈의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아무나 못 나가는 ‘명인열전’ 마스터스. 이 배타적인 경연장에서 임성재(22)는 첫 출전에 준우승 성적을 거뒀다. 1차 목표인 예선 통과와 “잘 하면 톱10도 노려보겠다”던 포부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다. 임성재는 대회 기간 머물 집을 이미 지난 겨울에 예약해놓았고 마스터스 일정에 맞춰 투어 스케줄을 계획했다. 여기에 과감한 장비 교체와 그에 따른 세밀한 연습 등의 효과도 봤다. ‘마스터스 플랜’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래선지 임성재의 준우승 소감은 차분하기만 했다. 그는 16일(한국시간) “원래 예선 통과가 목표였다. 오늘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1·2라운드에서 상위권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렇게 공동 2위로 마무리해서 오늘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3라운드를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치고는 “어려서부터 (TV 중계 등으로) 정말 많이 봐왔던 대회다. 그래서 처음인데도 코스가 낯설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임성재다.
최종 4라운드 5번홀까지 임성재는 선두 더스틴 존슨(미국)을 1타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6번홀(파3) 1.2m 파 퍼트를 놓치고 7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해 4타 차로 벌어졌다. “6번홀은 긴장이 됐는지 원하던 퍼트 스트로크가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본 임성재는 “7번홀은 108m 정도 남긴 상황에서 바람이 생각보다 세서 공이 너무 멀리 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연속 실수 후에는 “너무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을 했고 8번홀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제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같은 조) 존슨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임성재는 “사실 몇 주 전까지 퍼트가 너무 안 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번 주 새 퍼터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프로치 샷도 원했던 만큼 잘 됐다”며 그린과 그린 주변에서의 깔끔한 플레이가 준우승 쾌거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올해 마스터스에는 (코로나 사태로) 갤러리가 없어서 긴장은 덜 됐다. 그래서 경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도 밝혔다. 임성재는 오는 19일 조지아주에서 열릴 RSM 클래식에서 PGA 투어 두 번째 우승에 재도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