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예결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민주당 동지’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야당이 16일 “탄핵이나 경질 사유로 충분하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바야흐로 공직자도 신분을 망각한 채 정치를 하는 정치과잉 시대가 도래했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예결위에서 답변 태도를 지적하는 민주당 소속 정성호 위원장을 향해 우리는 함께하기로 한 ‘민주당 동지’라며 자신을 너그럽게 여겨달라 호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으로 추 장관 자신이 대한민국을 위한 법무부 장관이 아닌, 민주당을 위해 모든 권력을 이용하는 민주당 당원임을 전 국민 앞에 선언한 것”이라면서 “공직자 신분을 망각한 추 장관은 그 자체로 탄핵이나 경질 사유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동지’란 보통 당 내에서 당원이나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라며 “근래 예결위원들의 질의에 불량한 태도로 답변했던 추 장관이 이를 경고했던 예결위원장을 사실은 공개적으로 겁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 장관의 ‘동지’ 발언은) 삼권 분립과 공정한 예산심사에 대한 파렴치한 도전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현 권력이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라며 “21대 국회를 만든 유권자와 그 장면을 목도하고 있는 국민들을 업신여기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국회 예상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비경제 부처별심사에서 특활비 문제 등을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방을 벌이는 추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며 “질문에 답변하라”, “정도껏 하시라”, “협조 좀 해주시라”며 호통을 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여당 지지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정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예산 질의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정책 제안도 다수 있었지만 대다수 언론에서 정책 관련 보도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의 0.1%도 안 되고 예결위전체 질의의 1%도 안 되는 특활비 논쟁만이 부각됐다”며 “민생 예산이 어떻게 논의되었는지는 아무도 관심 없고 모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당의 일부 지지자들 겨냥해 “원할한 의사진행을 위해 딱 한마디 했더니 하루 종일 피곤하다”며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같은 날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애하는 정성호 동지에게’라는 글을 올려 “한마디 말로 온종일 피곤했다니 민망하고 송구하다”며 “예산 감시 활동을 조명 받지 못하고 잡음만 조명이 돼 유감이라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나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그런데 국회활동을 경험하고 국무위원으로서 자리가 바뀐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국회가 시정해야 할 문제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면서 “장관에게 고성으로 반복된 질문을 퍼부으며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심한 자괴감이 든다.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도 불편함과 정치혐오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위원장을 향해 “그 (개혁의) 길에 우리는 함께 하기로 한 민주당 동지”라면서 “서로 오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개혁을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인한 것이라 여기시고 너그러이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