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객터미널을 만든 지 2년 만에 문을 닫은 예천공항. /연합뉴스
선거를 앞두고 표를 구걸하며 내놓은 장밋빛 공항건설 공약은 막대한 혈세를 삼켰다.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김포와 김해·제주·대구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이 만년 적자의 늪에 빠졌다. 심지어 수요 부족에 공항을 짓다 말거나 다 지어놓고 폐쇄한 사례도 있다.
노태우정부 시절인 지난 1989년 군 비행장을 민간에 개방한 예천공항은 2004년 문을 닫고 원래의 군 공항으로 회항했다. 이 탓에 여객터미널 건설에 투입된 386억원의 혈세만 축냈다. 예천공항은 고향이 예천으로 6공화국의 실세였던 유학성 전 의원이 밀어붙여 ‘유학성 공항’으로 불렸다.
김대중정부 때 만든 울진공항은 외신에서 ‘황당뉴스’로 다룰 정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예산 1,300억원이 투입됐으나 정작 취항할 항공사가 없어서 AFP통신이 비꼰 것이었다. 울진공항은 수차례 개항을 연기한 끝에 2010년 공항 간판을 내리고 현재 한국항공대의 비행훈련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DJ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중권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중권 공항’으로 통한다.
16년째 공사가 중단된 김제공항은 ‘배추밭 공항’으로 불린다. 김제공항은 2003년 감사원으로부터 ‘수요 예측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아 땅만 사놓고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2005년 공사가 중단된 데 이어 2008년 공항 건설 계획이 공식 취소됐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적정용도를 찾지 못해 지역 주민들이 공항부지에 배추와 고구마 등 농작물을 심고 있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