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대하는 최적의 시나리오는 ‘제2의 현대차-기아차 인수 모델’이다. 지난해 두 회사의 여객·화물 운송 실적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은 항공산업이 덩치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가 아니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대량 감원 등 피나는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가 동반 부실화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될 수 있고, 국적항공사를 완전 국영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해 산은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과도한 경영 개입은 독(毒)이 될 우려가 있다. 미래경쟁력 대신 재무건전성에만 집착하면 국가가 지분을 보유해 범하는 전형적인 ‘국영화의 덫’에 빠질 수 있다.
결국 항공사 빅딜의 성패는 회사 스스로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두 항공사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62.5%에 달하지만 당국은 아시아나의 생존능력을 감안해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독과점에 따른 서비스 경쟁력을 잃지 않고 시너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지만 냉혹한 슬림화 작업을 외면한다면 부실 공룡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도 멈춰야 한다. 국민들은 혈세로 살려낸 기업이 ‘형제의 난’을 벌이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 현재의 경영환경은 가족이 사사로운 감정과 자기 이익을 버리고 손을 맞잡아도 위기 돌파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엄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