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끝난 스포츠·전시공연 다시 띄어앉기…벌써 '환불러시'

■19일부터 수도권 1.5단계
한국시리즈 관객 50→30%로 축소
극장은 '거리두기 좌석'으로 재조정
결혼·장례식장·목욕탕도 인원제한
1단계 예상인원 절반도 못 들어가
예약 줄취소 불가피…분쟁 커질듯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9일 0시부터 보름 동안 1.5단계로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좌석 간 거리두기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되면서 달라지는 것은 1단계에서 있었던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관리 등 기존 방역수칙에 더해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인원제한이 추가되는 점이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목욕장업, 오락실·멀티방 등에서는 시설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당장 결혼식장의 경우 19일부터 하객 인원을 줄여야 해 예비부부들 사이에 큰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영화관도 좌석 띄우기가 의무화돼 예약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사전 예매·예약이 주를 이루는 산업 특성상 입장 인원을 재조정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지만 갑자기 이뤄진 조치에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환불 러시’가 발생하며 혼선이 커지고 있다.

17일부터 시작된 ‘2020 한국시리즈’는 환불 러시의 직격탄을 맞았다. 스포츠 경기는 19일부터 현재 50%에서 30%로 입장 인원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내·외야 외각 좌석은 간격이 좁아 좌석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3차전 이후 예매 티켓은 전부 취소·환불 조치하고 다시 예매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을 기준으로 경기당 입장 인원이3,000명 이상 줄어들면서 KBO 측은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띄어앉기’가 해제된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람 규칙을 변경해야 하는 공연계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열흘도 안 돼 다시 ‘색칠공부(좌석 띄어앉기 적용에 따른 배치표 조정)’를 해야 하느냐”며 “오는 12월 첫주까지 기존 예매 티켓을 일괄 취소하고 조만간 거리두기 좌석으로 다시 오픈할 예정”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통상 개봉 3~7일 전에 예매를 받는 극장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CGV의 한 관계자는 “손님이 없는 상황이라 띄어앉기를 강화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특정 좌석에 대한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변경된 좌석을 원하지 않으면 관람을 아예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CGV 측은 띄어앉기가 재개될 경우 관객의 10%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역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예비부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입장할 수 있는 하객 수가 줄어든 만큼 ‘보증인원’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 규모의 결혼식장이라면 최대 25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예비부부들이 자주 사용하는 한 커뮤니티의 이용자는 “결혼식장에 문의해보니 홀에 140명 정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증인원을 400명으로 잡았는데 반도 안 되는 140명이라니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12월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임모씨도 “보증인원 대비 홀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적다”며 “2주마다 방역지침이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단계로 격상되면 예식장에서도 날짜를 미뤄줄 수 있다고 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의 등하교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학교들은 대부분 이미 학교 밀집도를 3분의2로 지키면서 1.5단계에 준하는 등교수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강원도 교육청도 지난 16일부터 재량권을 발휘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상태다.

한편 정부가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상향 조치에 나선 것은 수도권의 최근 일주일(11월11∼17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111.3명을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1주간 일평균 100명을 넘으면 1.5단계로 올릴 수 있다. 다만 인천은 일평균 확진자가 4명 수준으로 감염 확산이 제한적인 만큼 23일부터 격상하며 강화군과 옹진군은 확진자가 거의 없어 당분간 1단계가 유지된다. 강원도의 경우 1주 일평균 확진자가 15일 이미 1.5단계 격상 기준(10명 이상)을 넘어섰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원주·철원군만 1.5단계를 시행한다.
/한민구·송주희·이주원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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