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경 "운동하니까 인생이 싹 달라졌어요"

김민경 /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우먼 김민경은 보기만 해도 유쾌하다. 그런 그의 유쾌한 매력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먹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운동도 잘한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운동에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수준급 실력으로 모두를 감탄하게 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그가 도전하는 모든 것에 시선이 꽂힌다.

11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경은 빼빼로 데이라며 준비한 과자를 기자들에게 건넸다. 덕분에 인터뷰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몰라보게 살이 빠져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코미디TV ‘시켜서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의 영향이 크다고.

“2월 말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헬스하기 전에 몸무게를 쟀었거든요. 그날 결혼식이 있어서 스테이크를 먹고 몸무게를 재긴 했는데, 그때보다 9~10kg 정도는 빠진 것 같아요.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어요. 정확하게 재보진 않았지만 제 느낌으로는 체지방이 빠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옷을 입고 핏을 봤을 때도 체지방이 빠진 느낌이거든요.”(웃음)

재밌게도 ‘운동뚱’은 김민경이 원해서 출연하게 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운동뚱’은 5년 넘게 출연하고 있는 ‘맛있는 녀석들’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스핀 오프 예능으로, 시청자들이 시키는 대로 건강하게 더 잘 먹기 위한 맞춤 건강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김민경과 유민상, 김준현, 문세윤 4명의 출연진 중에 책상 위에 고정된 아령을 선택하게 되면 ‘운동뚱’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동이 하기 싫었던 김민경은 단단하게 고정된 아령을 들기 위해 책상을 통째로 들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제가 걸릴 줄 몰랐어요. 앞에 세 사람이 아령을 드는 순간 큰일 났다 싶었죠. 온 힘을 다해서 뽑으면 저 아령이 뽑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상이 들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책상이 들리는 순간 ‘오케이. 나는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두 손으로 들면 안 되고 한 손으로 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손으로 들었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해서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그러고 나서 양치승 관장님이 들어왔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해외 스케줄 가는 친구 따라가서 비행기 타기 전까지 운동을 시킨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다음에 보자고 하는데 도망가고 싶었어요. 이영식 PD가 웃으면서 ‘해야 해. 약속이야’라고 하더라고요. 그 ‘약속’이라는 말 때문에 하게 됐어요.”

김민경 /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잘 먹는 모습만 보여줬던 김민경은 이렇게 시작한 ‘운동뚱’에서 의외의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헬스를 비롯해 필라테스, 축구, 팔씨름, 격투기 등을 배우면서 전문가들이 감탄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보인 것.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재능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금수저’가 아닌 ‘근수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제가 운동하는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니라 음식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 하는 거라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운동이랑 음식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데 맛없는 곳으로 가면 그 뒤로 거부감이 생기고 안 먹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운동하면서 운 좋게 너무 좋은 감독님들을 만나서 훌륭하게 가르침을 받게 되니까 그만큼 소화하고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양신(神)’이라고 불리던 야구선수 출신 양준혁에게 야구를 배웠다. 김민경은 야구에도 큰 소질을 보이면서 양준혁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배운 지식은 최근에 시작한 야구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양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얼굴도 못 마주쳤어요. 운동을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죽여!’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요. 운이 좋게 너무 좋은 스승님들을 만나서 탄탄한 기초를 배운 것 같아요. 양 감독님도 사실 지명타자잖아요. 저한테 공 잡는 법, 던지는 법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시는 걸 보면서 왜 ‘양신’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어요. 야구 프로그램도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갔으면 울고만 왔을 거예요. 양 감독님한테 배우고 가서 되게 감사해요. 어제 운동이 끝났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를 드렸더니,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해주셔서 뿌듯했어요.”(웃음)

매번 강도 높은 운동에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이영식 PD가 이끌어낸 승부욕과 책임감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밝혔다. ‘맛있는 녀석들’을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제작진이기에 모든 부분을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고. 그 또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저는 그냥 우리 제목 그대로 시켜서 하는 거예요. 제가 도망갈까 봐 다음에 뭐 하는지 말도 안 해 주더라고요. 처음엔 그걸로 투정도 많이 부렸는데 받아들여야 하는 걸 알고 ‘이거야’라고 하면 ‘알겠어요’ 하고 들어가는 식이에요. 이영식 PD가 참 똑똑한 사람이에요. 어떻게든 하게끔 만들죠. 이번에 야구도 두 번만 배우고 시합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했더니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하면 된다. 김민경이니까’라고 말하더라고요. 다 잘 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이왕 하는 거 잘 해야 하고, 그래서 열심히 했어요.”

김민경 /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민경의 이런 유쾌한 도전 정신은 여러 방송사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대세 프로그램인 MBC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tvN ‘나는 살아있다’ 고정 멤버로 출연하게 됐다.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재밌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가 예능을 많이 안 했었는데 올해는 감사하게도 섭외가 많이 들어왔어요. ‘나 혼자 산다’가 들어왔을 때는 진짜 많은 분들이 저한테 ‘떴구나’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가장 큰 반응이었죠. 처음 해보는 관찰 예능이어서 부담이 많이 컸는데 다행히 잘 편집해 주셔서 좋았어요. ‘운동뚱’에서 좋게 봐주신 분들이 더 좋게 봐주신 거 같아서 시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시청자분들이 정말 똑똑한 것 같아요. ‘제육 대신 체육, 우동 대신 운동을 선택한 자’ 그런 댓글들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저는 원래 댓글을 잘 안 보는데 ‘운동뚱’이나 제 유튜브 채널 ‘민경 장군’ 댓글은 다 읽어봐요. 그 댓글들은 다 저한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저만의 힐링이 됐어요.”(웃음)

새롭게 시작한 ‘나는 살아있다’는 각종 재난 상황에서 맞서는 생존 예능이다. 완강기 이용 화재 대피법, 생존에 필요한 수중 훈련 등을 한다. 김민경은 이 프로그램 역시 예기치 못하게 시작하게 됐다. 섭외 단계에서 도망가는 장면이 공개됐을 정도로 쉽게 출연을 선택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작진이 주는 믿음 때문에 시작하게 됐지만 폐소공포증, 물 공포증 등 각종 공포증이 있어 눈물을 쏟아가며 촬영에 임했다.

“저한테 재난이 왔을 때 겪어야 하는 상황에 관련한 공포증이 다 있더라고요. 혼자 이 재난이 닥쳤으면 그냥 바로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나는 살아있다’에서는 동료들이 있으니까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책임감도 생기고, 도전할 수 있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서 쉽게 이겨낼 수 있는 팁들이 있거든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봐야하 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김민경 /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민경장군’이라는 별명처럼 언제나 씩씩하고 강할 것 같은 그는 사실 겁이 많은 성격이라고 털어놨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앞서서 두려워할 정도로 고민도 많은 성격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하게 되면서 책임감 때문에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다.

“저를 오래 봐왔던 사람들은 방송하는 저를 보면 놀라요. 원래 여성스러운 스타일이고, 나서기보다 지켜보고 들어주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걱정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성격이 바뀔 수밖에 없더라고요. 장군이니까 강해져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맞춰져 가는 거 같기도 하고요. 본성은 눈치도 많이 보고 소심한 것 같아요. 그래도 무언가를 할 때는 지는 걸 싫어해서 열심히 해요,”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개그콘서트’, ‘맛있는 녀석들’, ‘운동뚱’을 거쳐 12년 만에 대세 예능인이 됐다. 힘든 일도 다반사였지만 마흔이 된 올해 새롭게 인생에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꿈도 이루고 싶어졌다.

“예능이 너무 재밌어요. 이것저것 하다 보니 사람들과 부딪히고 그런 것들이 재밌더라고요. 새로운 걸 도전하게 된다면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연기자를 하고 싶어요. 꼭 하고 싶은 일이었거든요. 얼마 전에 ‘천일야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렇게 긴 극을 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연기 제의가 들어온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전 사실 제 나름대로 인생이 순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서울 올라와서 발버둥 치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지금은 너무 잘 됐지만, 사주를 보면 마흔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조금 걱정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39살이 됐을 때 ‘내년이 마흔이구나. 마흔에는 내가 더 행복할 거야’ 그런 생각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마흔에 우연치 않게 운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싹 달라진 거죠. 사주를 다 믿는 건 아니지만, 이제 시작이고 잘 해낼 거라는 마음가짐을 갖다 보니 그렇게 흐름이 가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모든 분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힘든데 어떻게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고 하지만 그 와중에 이만큼이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나를 위해서 좋은 방법이니까요.”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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