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북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수로기구(IHO)가 국제 표준 해도집에서 그 동안 동해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던 ‘일본해’ 단독 표기를 빼고 숫자와 기호로 해역을 표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이 아닌 종이 해도에는 ‘일본해’ 표기가 그대로 남게 됐다며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자축했고, 우리 정부는 “동해 표기에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자평했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화상으로 열린 IHO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S-23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와 관련해 마티아스 요나스 IHO 사무총장이 제안한 보고서 원안을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바다에 이름 대신 숫자로 된 고유식별 번호로 표기하는 새 표준 ‘S-130’을 개발하고, 기존 표준인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준 출판물로서 남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IHO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제작된 S-23 초판부터 2판(1937년), 3판(1953년)에 동해 수역을 ‘일본해’로 단독 표기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7년 IHO 총회에서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하고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야 한다며 외교전에 나섰다. 이후 2017년 4월 IHO 총회를 계기로 북한, 일본과 비공식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IHO 사무총장이 중재안을 제시했다.
IHO는 총회 이후 회원국 회람을 거쳐 12월1일께 결과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S-130 방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는 우리나라에서 외교부, 해수부, 국립해양조사원 등 정부기관과 한국해양조사협회, 한국수로학회, 동해연구회 등 전문가로 구성된 26명의 대표단이 참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그간 일본해를 단독 표기해 왔던 기존 표준인 S-23이 향후 개발된 신 표준인 S-130으로 이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IHO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1997년부터 이어온 끈질긴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IHO 총회 결과에 대해 종이로 제작한 해도에 일본해 표기가 남게 됐다며 자국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 주장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HO 총회 논의와 관련해 “종이에는 일본해가 남고 디지털 쪽은 기본적으로 모두 숫자 표기이며 이는 일본해 뿐만이 아니다”라며 “일본의 주장이 제대로 통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같은 날 “한국이 IHO 측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자고 요구했지만 IHO는 종전처럼 일본해 단독 호칭을 유지하는 안을 잠정 승인했다”며 “사실상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동해 표기 확산에 큰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라며 일본 측 주장을 일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