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이기는 아우?' 현대차 턱밑까지 따라잡은 기아차…답은 RV 비중

올 1월 현대·기아차 판매량 격차 28%서 9월 4.6% 좁혀져
RV 라인업이 격차 좁힌 요인 꼽혀 현대차 5종·기아차 9종
디자인 경영 강조한 기아차 판매대수로 증명 의견도 나와

쏘렌토 가솔린./사진제공=기아차

형 이기는 아우가 등장할까. 만년 2등 취급받던 기아자동차와 1등 현대자동차 이야기다. 공장 공장에서 생산·판매한 차량 대수 기준으로 기아차가 현대차(005380)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현대차 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차가 고객 수요가 우상향 중인 레저용차량(RV) 비중이 큰데다 높은 경쟁력의 디자인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18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내수 및 수출로 판매하는 양사의 차량 대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올 1월만 하더라도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내수와 수출로 판매한 세단과 RV 차량은 10만8,565대로 기아차(8만4,826대) 보다 28% 가량 높았다. 이 격차는 점차 줄어 지난 9월에는 현대차(12만4,372대), 기아차(11만8,643대)로 4.6%까지 좁혀졌다. 외환위기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선 후 1999년12월 현대차에 인수된 후 부족한 아우 취급받던 기아차가 20년 만에 형인 현대차를 바짝 따라잡은 것이다.


현대차 더 뉴 싼타페./사진제공=현대차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판매량 상승 배경에 RV 믹스가 있다고 본다. 기아차가 내놓는 RV 제품 라인업의 시장 트렌드 부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또 RV 차량을 찾는 고객이 다양한 만큼 요구 사양도 세분화 될 수밖에 없는데 기아차는 스토닉부터 카니발까지 총 9종의 RV를 내놓아 5종인 현대차 대비 고객의 선택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이는 곧 세단과 RV 판매량 중 RV가 차지하는 비중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내수 판매 차량 중 RV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는 37.4%인데 반해 두 배 가량 높은 기아차는 61.6%에 달한다. 내수와 수출을 합해도 기아차(67.6%)의 전체 판매량 중 RV 비중은 현대차(59.4%)보다 8.2% 포인트 가량 높다. RV 차량에 대한 수요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은 가운데 고객이 원하는 RV 차종을 다양하게 내놓는 기아차가 선전하는 셈이다.

4세대 카니발/사진제공=기아차

아울러 뛰어난 디자인 경쟁력도 기아차가 현대차를 바짝 추격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06년 ‘디자인 기아’를 선포했던 기아차는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패밀리룩을 개발하며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인피니티 수석 디자인 총괄 출신 카림 하비브 디자이너를 기아디자인센터장 전무로 선임했고 지난달 BMW 출신 강원규 디자이너를 기아디자인이노베이션실장 상무로 영입하는 등 디자인 강화를 위한 노력이 판매 대수로 증명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RV 라인업에 디자인 경쟁력까지 갖춘 기아차는 올 3·4분기 세타엔진 충담금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1조원이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해외 공장 생산량까지 합할 경우 기아차가 현대차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국내 공장 생산 및 판매분의 경우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기아차가 현대차를 역전할 날이 머잖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니발, 쏘렌토 등 대중성이 강한 모델의 판매량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는 중이라 기아차가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중에는 국내 공장 생산 판매량이 현대차를 뛰어넘으리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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