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통관은 주변 녹지공간 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지난 1975년 준공됐다. 국회는 이전까지 굴곡진 현대사로 인해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까지 곳곳을 옮겨 다녔다. 광복 이후 서울 세종로 중앙청을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했는데 6·25 전쟁으로 정부가 남하하면서 대구 문화극장으로 국회도 옮겨갔다. 정부는 이후 전세가 악화하면서 부산까지 내려가 부산 문화극장, 경남도청 무덕전을 임시 국회의사당으로 활용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수복한 이후에는 중앙청과 태평로 시민회관 별관을 의사당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행정 직원수에 비해 장소가 비좁아 불편함이 커지자 국회 건립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여의도에 국회의사당을 짓도록 지시하고 공사는 1969년 착공했다. 당시 국가 예산의 1%에 달하는 135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연인원 100만명을 투입하는 대공사 끝에 1975년 드디어 대중에 선을 보였다. 당시 선보였던 국회 의사당은 대지 10만평에 연건평 2만 4,700평 석조건물로 아시아 국가의 국회 중에선 최대 규모였다. 오늘날 국회의사당을 상징하는 돔은 최초 건축 설계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건물에 권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면서 현재와 같은 대형 돔을 갖추게 됐다. 건물 구조 역시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회의사당을 떠받치는 기둥은 24개인데 1년 24절기 내내 국정에 힘을 쏟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본회의장 천장 조명은 365개를 설치했는데 1년간 쉬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을 하라는 의미다. 국회의사당 준공 소식을 전한 대한뉴스에선 이러한 국회의사당의 정치적·건축적 상징을 자세히 소개했었다.
국회의사당은 45년간 여의도 상징물로 자리하며 여러 차례 변모했는데 지난해 말 또 한 번 의미 있는 변화를 선보였다. ‘열린 국회’의 의미를 대중에 전달하는 국회 소통관이 2년 6개월여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낸 것. 국회 소통관은 지상 4층, 지하 1층 연 면적 2만 4,700㎡의 업무시설로 건립됐다. 기능은 프레스센터, 스마트워크센터, 일반업무시설 등 복합적이다. 설계는 해안종합건축사무소의 윤세한씨가 맡았고 시공은 동부건설에서 담당했다.
국회 소통관은 국회라는 다원적 민주주의 이념을 드러내면서 열린 장소를 구현해야 한다는 건축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사는 이 같은 철학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사회공공부문 대상(대통령상)을 받게 됐다.
국회 소통관은 시설별 독립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수평 조닝을 통해 층별 기능을 배분했다.
국회 소통관 부지는 당초 높이 10~12m의 수목으로 둘러싸인 녹지 공간이었다.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녹지공간을 일부 제거하고 건물을 짓는 만큼 기존 녹지공간과 조화롭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했다. 건축주인 국회와 건축가인 윤세한씨는 이에 따라 건물 높이가 4개 층을 넘지 않도록 설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국회 소통관은 초목 속에 묻혀 있는 나지막하고 친근감 있는 건물이 됐다. 낮게 깔린 건물 옥상은 자연의 흐름을 연결했고, 국회의사당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오래된 느티나무들도 상당수 보존해 녹지공간의 훼손을 최소화했다. 소통관 주변에는 소나무 등 다양한 조경수도 심었다. 36종의 조경수를 심어 친자연적 공간이 주목받도록 구성했다. 또 조선 시대와 같은 전통 연못도 조성해 한국 고유의 멋을 살린 명소이자 시민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전통 연못 내 정자는 지난해 4월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로 피해가 발생한 소나무를 재활용해 조성했다. 이로써 건물 조성으로 인한 삼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회 소통관은 만남과 소통의 의미를 크게 담았다. 언론은 물론 시민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임을 고려해 공간적 주제를 ’만남‘과 ‘소통’으로 잡았다. 공간 사이사이에는 공용 장소가 있으며 휴게실은 건물 내외부로 이어지고 연속된다. 쉼과 나눔,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 자연과 도시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로 구현한 것이다. 윤 건축가는 이와 관련 “대중과 언론, 의정, 행정을 위한 기능을 한 건물에 담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건물이라는 점에 착안해 만남과 소통을 공간적 주제로 삼았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공간을 건물 내 배치했고 각 공간이 서로 이어지고 연속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철학와 주제의식을 형상화한 동시에 기능성도 대폭 강화했다. 국회 소통관은 프레스센터, 스마트워크센터, 일반업무시설 등이 혼재한 만큼 수평 조닝을 통해 층별 기능을 배분했다. 이로써 시설별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간활용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중정 주변에는 4개의 코어가 있는데 사용자별 동선 체계와 시설별 보안 체계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통합형 업무공간 구성에 최적화한 구조모듈체계를 적용해 미래 공간 수요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윤 건축가는 “국회의사당 단지 내 기존건물과 어우러지며 의정, 행정, 언론과 민주주의, 나아가 국가와 국민이 함께 하고 규칙과 질서, 자유와 변화가 공존하는 건물의 철학을 최대한 구현하도록 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 의정활동 70년 역사를 반영하는 건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열렸던 준공기념식에서 “국회 소통관은 국회가 소통의 중심이자 나눔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한 건물”이라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고 소통의 문화를 발산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국회 소통관은 연결통로 곳곳에서 분재, 조경수 등 자연친화적인 측면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