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칼럼] 정부 일자리는 고용 해법 아니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단기 일자리 확대는 큰효과 없어
고용유지 지원사업 연장하고
규제혁신 등 민간경제 북돋워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열 달째, 경제적으로 가장 큰 타격은 일자리 감소다. 최근 발표된 고용동향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전체 취업자가 42만명 줄어들었다. 60세 이상에서 37만명 늘어난 사실을 고려하면 청장년층에서는 무려 80만명가량 일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특히 사회 첫발을 내딛는 20대 고용률이 3%나 감소한 것은 큰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예상 취업률을 44%라고 해 예년의 60%대 중반을 훨씬 밑돌았다.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약 25%, 즉 네명 중 한명이 잠재적인 실업자라는 사실도 공식통계로 확인된다.

최초 취업에 문제가 생기면 당시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청년의 첫 취업이 1년 늦으면 경력 상실로 인해 그 후 10년간 임금이 4~8% 줄어든다고 했는데 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고용은 ‘경기 후행’의 특성을 보인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2년 후인 지난 1999년 11%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회복했지만 그해 실업자는 150만명이 넘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3·4분기 이후 세계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을 다소 벗어나고 백신 개발 등의 기대로 내년 경제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자리 상황은 녹록지 않다. KDI는 올해 취업자가 17만명 줄고 내년엔 1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는 2년이 지나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고용을 늘리는 쉬운 대책은 없다. 국회에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현재 목표인 물가안정에 추가해 고용안정을 넣자고 논의하는데, 법을 개정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문제다. 현 정부는 재정으로 단기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확대해왔다. 내년에는 103만개를 목표로 하는데 그중 80만개가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이 같은 사업은 통계상 취업자 숫자를 늘릴 수는 있으나 경제활동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것처럼 복지사업 또는 소득보전 사업으로 보는 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더라도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관건은 민간 고용이다.

우선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의 고용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의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6개월간 지원금을 줬는데 그 시한이 다 됐다. 여행업계 최대 기업인 하나투어는 정부보조금을 지급해 직원 수천명의 고용 상태를 유지했는데 보조가 끊기면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유럽에서도 최근 사회적 채권을 발행해 고용유지 지원을 계속하기로 한 점에 비춰 우리도 피해가 극심한 업종에 대해 연장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경으로 펼쳤던 고용대책 중 직접 일자리 자금은 많이 소진됐으나 중소기업이 청년 등을 채용할 때 지원하는 사업은 목표의 11%만 달성됐다. 지원 요건 및 기간 등을 재검토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을 함으로써 민간 경제활동을 북돋아 줘야 한다. 문 대통령 자신도 민간투자 지원과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여러번 말했다. 그러나 원격의료 허용 등 구체적 조치는 지지부진하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국회가 쏟아낸다. 재정이 아니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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