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사진=국립극장
전통 예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잇따라 관객을 찾아온다. 장르의 문법에서 벗어나 새 옷을 입고 선사하는 이들 무대는 ‘이색(異色)’이라는 말로는 표현 못 할 참신한 ‘동시대의 예술’을 담아낸다.
국립무용단은 오는 20~2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가무악칠채’(안무 이재화)를 공연한다. 칠채는 농악 행진에 쓰이는 빠르고 현란한 장단으로 한 장단에 징을 일곱 번 치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복잡한 변박으로 이뤄져 무용 음악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은 이 ‘낯선 비트’이기도 하다. 국립무용단 단원인 이재화는 이 칠채에 한국무용을 얹어 ‘전통예술은 무겁고 근엄한 주제나 형식만을 지닌다’는 편견을 깨고 전통 장단의 색다른 매력과 무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칠채를 ‘과거의 장단’이 아닌 ‘현재의 리듬’으로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국립무용단 단원 7인의 춤사위에 음악·영상이 더해져 장단과 몸의 변화를 시각화한다.
이를 위해 움직임과 소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접목했다. 무용수의 신체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영상이 스크린에 투사돼 움직임에 따라 촘촘하게 나열된 점과 선이 모이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오선지를 나타낸 듯한 레이저 빔 사이로 붉은 슈트를 입은 무용수들이 음표가 된 듯 움직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여기에 국악기(해금·아쟁·태평소·장구·북·징)와 서양 악기(기타·드럼·베이스 등)의 조화로 표현한 다양한 칠채의 음색, 김준수·박민희의 소리가 더해진다. 이재화는 “음악이나 무용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무대 위에 펼쳐지는 칠채 장단의 무한한 변주를 충분히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공연 종료 후에는 안무가 이재화와 출연진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사진=나승열(SPAF)
판소리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주제와 감성을 전달하는 작품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19일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이 허먼 멜빌이 1853년 발표한 소설 ‘필경사 바틀비’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다. 필경사 바틀비는 미국 월 스트리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문서를 베껴 쓰는 일(필경)을 하던 바틀비가 어느 날부터 ‘저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로 변호사를 난처하게 만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미국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비인간적 사회 구조를 꼬집은 수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꾼은 관객에게 바틀비를 소개하며 그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것을 요청한다. 원문을 직접 인용하거나 오브제를 통해 인물을 표현하는 등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임영욱의 촘촘한 연출에 여전히 유효한 스토리, 박인혜의 구성진 소리가 더해져 관객의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네이버 TV에서 자유 후원(최소 5,000원) 방식의 유료 공연으로 진행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