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광주의 A 금형 공장은 외국인 근로자 확보 문제로 고민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반 토막 넘게 났던 수출이 연말로 갈수록 회복 기미를 띨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상반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했지만, 여태 깜깜무소식이다. 설상가상인 것은 이 회사가 직원 수 50명이 넘어 내년부터 주당 52시간 근로가 적용된다는 점. 올해는 계도기간이라 그나마 임시변통으로 대응했지만, 내년에는 어렵다. 이 회사 임원은 18일 “인력 배정이 안 될까 걱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갑자기 늘어난 주문도 날릴 수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는 통상 돈을 벌기 위해 왔기 때문에 특근이나 야근을 더 선호해 일감이 생기면 이들을 우선 배정해 왔다”며 “그런데 내년부터는 52시간 근로 적용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일을 더 시킬 수 없어 경영진도 힘들고, 외국인 인력도 돈을 못 벌어 한국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중소기업계가 외국인 근로자 때문에 아우성이다. 올 들어 중소기업이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규모는 2만 1,600여명(10월 말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입국한 외국인 인력은 2,200여명에 그쳤다. 신청 규모의 10.18% 수준이다. 그것도 4월 이후로 아예 입국자가 없다가 이달 말부터 입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이나 일감이 줄어든 상태에도 이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내년도 업황 회복이 본격화돼 외국인 인력 수요가 몰리면 기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특히 내년 50~299명 직원 수의 기업도 주당 52시간 근로가 본격 시작돼 외국인 근로자의 확보와 활용도를 두고 기업의 속 앓이가 커질 전망이다. 한 주물업체 사장은 “이쪽은 잦은 이직 탓에 내국인은 쓸래야 쓸 수가 없다”며 “싫든 좋든 외국인 근로자가 유일한 해법인데 방역을 핑계로 언제까지 정부가 손 놓고 있을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뜩이나 원화 강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약화 되는 판에 근로시간 문제에 내년도 최저임금도 1.5% 인상되니 뭐하나 속 시원한 게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1년가량 늘리는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보다 10% 삭감된 임금이 가능해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제관 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초기 생산성은 내국인의 50~60%밖에 안 된다”며 “이런데도 같은 임금을 주니 내국인 근로자에 대한 역차별인 셈”이라고 말했다.
격리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적으로 100여개 격리 시설이 있지만 대부분 내국인에만 사용이 허용된다. 외국인 인력을 위한 전용 격리시설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안성연수원 등 고작 3개 정도다. 외국인 인력의 신속한 입국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격리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통해 시설 확충에 도통 진척이 없다”며 “이대로 가면 내년 외국인 근로자 수급에 탈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훈·이재명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