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는 중심에 위치한 아트리움을 향해 모든 공간들이 열려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도한 배치다.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적인 학교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2016년부터 교육 공간의 디자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의 ‘꿈담교실’이 확대돼 호응을 얻고 있고, 학교 건물을 지을 때 디자인 중심 설계 공모가 확대 시행됐다. 지난 2019년 김포공항 인근에서 서울 마곡지구로 이전 신축한 공항고등학교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존 학교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
공항고는 마을 결합형 학교로 기획됐다. 마을에 개방돼 있으면서도 학습권을 위한 면학 분위기도 지켜야 했다. 이를 위해 건축가는 학습시설과 마을 결합형 시설이 적절히 분리되는 이분법적 공간을 제안했고, 분리된 2개의 공간을 다시 적절하게 연계시키는 공간인 아트리움도 도입했다.
공항고 건축의 핵심인 아트리움은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다. 교내 모든 공용 공간은 아트리움으로 연결돼 열려 있다. 아트리움 내부에 있는 계단과 난간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이동할 때 서로 우연히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외장재로 사용한 점토 벽돌을 내부에도 사용하고 천창을 통해 풍부한 채광과 하늘의 풍경을 끌어와 학업에 지친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아트리움에서 또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다양한 녹색기술이다. 정부는 2020년부터 신축학교는 의무적으로 제로에너지로 짓도록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에너지 자립형 학교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공항고는 신축학교로는 최초로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공항고 아트리움의 천창을 통해서는 조명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공간에는 기준보다 높은 단열 성능이 적용됐으며 지열을 이용한 바닥복사 냉난방 시스템과 390㎾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만들었다.
홍성용 심사위원은 “중고등학교 건축의 한계 속에서 공항고는 공간적 대응보다는 기술적 혁신으로 접근한 점이 참신했다”며 “특히 대체 에너지와 건축적 솔루션으로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적극적 제시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