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호텔 객실을 주거용으로 전환할 방안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야당이 일제히 “황당무계한 대책”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자녀가 있는 가정의 교통과 교육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더해 영화 ‘올드보이’에 나온 주거용 객실을 빗대 “국민들이 오대수냐”고 대책을 평가절하했다. 여당은 “뚝딱 집을 지을 순 없다”며 해외 사례까지 들어 방어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공식 활동에 들어간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언급한 대책을 두고 “이 정부는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오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뼈아픈 패착’이라고 했다”며 “그러면서 내놓은 전월세 대책이 ‘LH나 SH가 가지고 있는 주택을 내놓거나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로 내놓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걸 대책이라고 내놓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어느 국민이 그걸 해결책으로 보겠나? 이래서 이 정권은 안 된다. 이래서 이 정권으로는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 ‘희망 22’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진 하태경 의원도 “황당무계 그 자체”라며 “호텔과 주거용 아파트는 기본구조나 주거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건 맘 편히 아이들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이지 환기도 안 되는 단칸 호텔 방이 아니다”라며 “교통과 교육 포기한 이 대표 대책은 서민들한테 닭장집에서 살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초선 허은아 의원도 ‘호텔→전셋집’ 전환에 대해 “대한민국은 정부와 집권여당도 오늘만 대충 수습해 살려는 ‘오대수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영화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오대수는 건물을 개조한 주거용 밀실에 15년간 갇혀있다 탈출한다. 여당이 호텔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전셋집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올드보이에 빗댔다. 허 의원은 “‘전세 난민’에서 ‘월세 난민’으로 밀려난 국민에게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을 만들어 준다니요? 이제 이 정부가 국민을 ‘일세 난민’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는 말이 ‘하루 벌어 하루 누워 잔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역)가 개조된 8평 주거 공간에 갇혀 만두를 먹고 있다./영화 화면 갈무리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23타수 무안타’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을 잡긴커녕 집 없는 국민의 가슴을 쥐어뜯고 혼란만 부추긴 정부가 또다시 새로운 주거 대책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초등학교 학급회의 수준의 대책으론 현재의 부동산 혼란을 결코 잡을 수 없다. 그저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임대차 3법의 폐기와 시장 친화 정책 등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아예 법으로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으로 공급하는 걸 막겠다고도 했다. 그는 “잘못 끼운 부동산 대책, 더 이상 만신창이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우선 관광지역만이라도 호텔을 아파트로 개조하거나 편법으로 사실상 아파트인 레지던스호텔로 바꾸는 행태를 금지하는 법을 신속히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여당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여진이 커지자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의 의중은 1인 또는 2인 가구에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대책을 언급한 것인데 야권이 확대 해석해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같은 경우에 컨버전이라고 해서 어떤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건축물을 그렇게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초단기 대책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부동산이 장기적인 대책, 단기적인 대책, 초단기 대책, 다 참 어려운 면이 있다”며 “워낙 지금 초단기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본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