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쳐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자발적 비혼모’가 된 방송인 사유리(41)가 한국 사회에 비혼 출산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정치권이 비혼 임신의 현실화를 위한 법률 검토에 나설지 주목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비혼 임신’은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8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비혼 임신과 관련해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혼 임신의 합법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한 의장 측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의원실과 정책위원회가 법률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비혼 임신의 합법 여부도 법적으로 모호한 상태다. 해외 사례도 보고 여론 수렴도 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유리는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만삭 사진을 올리면서 “2020년 11월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며 비혼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는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체계를 엄격하게 따지면 생명윤리법상 정자를 기증받은 비혼모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사유리의 표현처럼 ‘불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사실상 비혼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모자보건법에서 인공수정 등의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난임’ 상태의 사실혼 부부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해당 법령들이 정자를 기증 받는 비혼 출산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배우자가 없다면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국의 설명은 법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비혼 여성이 정자 기능 등의 보조생식술을 받으려면 비급여 진료 형식으로 수백만원의 시술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또 시술할 병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 정자공여시술 편은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지침 때문에 일선 병원은 미혼 여성에 대한 시술은 불법이라며 난색을 표하게 된다.
한 의장 측 관계자도 “법 적용의 문제가 아닌 경우면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가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비혼 출산’을 현실화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신과 가족 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성운동가인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과연 사유리가 한국 여성이었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 것인지,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최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임 지원이나 정자 기증을 받는 게 안되는 나라. 한국은 원치 않은 임신을 중단하면 안 되는 나라. 한국은 피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 받지도 교육받지도 못하는 나라. 한국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청소녀가 있었던 나라. 한국은 제도 안으로 진입한 여성만 임신·출산에 대한 합법적 지원이 가능한 나라”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을 활성화하면 비혼 남성의 대리모 문제와 동성혼 문제까지 수면 위로 나올 수 있어 사회적 분위기와 수용성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