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한국시간) 마스터스 3라운드 4번홀에서 아이언 샷 하는 임성재. /UPI연합뉴스
임성재(22·CJ대한통운)가 남자골프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이룬 공동 2위 위업의 여운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최근 임성재의 스윙을 분석하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의 의도적인 테이크어웨이에 가장 큰 지혜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임성재의 테이크어웨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 골프닷컴은 “임성재는 투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느긋한 속도로 클럽을 백스윙 톱까지 들어 올리지만 일단 톱에 이르면 강력한 채찍질을 시작한다”면서 “어떤 이들에게는 스윙이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것이 그의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그가 전에는 좀 더 전통적인 스윙을 했지만 약 4년 전 볼 타격에서 문제를 겪은 뒤 의도적으로 느린 테이크어웨이를 시도해 지금은 최고의 볼 스트라이킹 능력을 가진 선수 중 하나가 됐다는 소개를 곁들였다. 임성재는 투어에서 ‘아이언 바이런’이라 불린다. 아이언 바이런은 미국골프협회가 장비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스윙머신 이름으로, 현대 스윙의 대부인 바이런 넬슨에서 따왔다. 그만큼 스윙 일관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골프닷컴에 따르면 느린 테이크어웨이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샷이 잘 되지 않을 때 스윙이 빨라지기 쉬운데 의도적으로 백스윙을 느리게 하면 이 같은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적절한 스윙 템포를 지켜줘 정타 확률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에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윙 균형과 연결성을 개선해 견고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있다.
또 다른 매체인 골프위크는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 임성재 등이 속한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을 맡았던 제프 오길비(호주)가 “임성재는 스윙머신 같다. 한국 출신 선수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19일(한국시간) 임성재의 캐디를 인터뷰했다. 2개월 전부터 임성재와 함께하며 마스터스 준우승을 도운 보비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새 캐디다. 그는 공교롭게도 임성재와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맞대결 끝에 그린재킷을 차지한 현 남자골프 세계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약 6년 간 지금 임성재와 비슷한 나이였던 존슨을 지켜본 브라운은 “존슨과 임성재는 사과와 오렌지처럼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임성재는 미래에 세계 1위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성재는 PGA 투어 홈페이지의 이번 주 RSM 클래식 전망에서 다수 전문가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되고 우승 가능성을 점치는 파워랭킹 2위에 오르는 등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