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가운데)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아 배기가스 정화용 자동차 세라믹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르면 다음주 중 그룹 정기 인사를 앞두고 1박2일 일정으로 화학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했다. 정기 인사가 코앞인 시점에, 그것도 유통·식품이 아닌 화학 계열사 사업장을 직접 찾은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화학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독려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9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8일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004000) 공장을 찾았다. 신 회장이 롯데정밀화학 생산현장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는 2016년 삼성그룹 화학사업(삼성SDI 케미칼 부문·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을 3조원에 통으로 인수해 종합화학사로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바 있다. 이번 방문에는 김교현 화학 사업부문(BU)장(롯데케미칼(011170) 대표)과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 등 화학BU 경영진이 함께했다.
신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지시했다.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에서는 에폭시수지원료(ECH)와 메셀로스 등 37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90% 이상이 울산공장에서 나온다. 신 회장은 19일에도 롯데케미칼과 롯데BP화학 울산 사업장 생산설비를 둘러봤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사업장 방문 시기와 장소에 관심이 집중됐다. 롯데는 올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 8월 그룹 2인자로 꼽혔던 황각규 전 부회장이 물러났고 다음주 중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방문 대상도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계열사가 아닌 화학 계열사를 택한 것도 관심거리가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탄소배출 등 환경 이슈가 산업계 현안이기도 하고, 미래 먹거리인 첨단 소재 분야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신 회장이 화학 계열사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 사업과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려는 경영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