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출난 전세대책 없다더니 결국 숫자놀음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앞으로 2년간 전국에 11만4,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공실을 활용하거나 신축 다세대주택 등의 물량을 조기 확보해 임대로 공급하는 등의 세부 방식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4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빈 상가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해 2022년까지 총 1만3,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홍 부총리가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전세대란과 관련해 “특출난 대책이 있으면 벌써 (발표) 했을 것”이라더니 결국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임대주택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했다. 이 같은 꼼수 대책으로는 전월세 파동과 집값 폭등 등을 진화할 수 없다. 매입임대만 해도 서울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둘 만한 곳을 정부가 1만채 산다고 해도 한 채 가격이 3억~5억원이라면 총 3조~5조원이 필요하다. 그 돈을 어찌 마련할 것이며,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는가. 이른 시일 내에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금 전세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인데 난데없이 호텔 개조를 대책이라고 꺼낸 것도 황당하고 엉뚱한 발상이다. 23번이나 땜질 또는 맹탕 부동산대책으로 온 국민을 주거 불안의 혼돈에 빠뜨리고 또 이렇게 염장을 지르니 “서민들은 닭장이나 벌집에서 살라는 거냐”는 분노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전세대란을 해결하려면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잉 규제와 세금폭탄으로 시장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전세매물의 씨가 마른 것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으로 전월세 수요에 비해 물량이 갑자기 부족해지면서 나타난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주거 문제로 고통을 겪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하다”고 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사과가 허언이 아니라면 부동산정책 기조를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