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트럼프, 워싱턴호텔 매각 무기한 보류...대선패배에 부도까지?

희망가 절반도 안되는 제안만
원금 못건지고 팔거나 은행에 넘길수도
WSJ "그룹 4억달러 채무 상환 곧 만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작인 워싱턴DC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매각 작업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CNBC방송이 호텔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은 지난해 10월 이 호텔을 매물로 내놓고 5억달러(약 5,585억원)의 희망 가격을 붙였으나, 이에 근접한 가격 제안조차 없었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반값인 2억5,000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제안만 몇 건 들어왔다고 한다.

이 호텔 매각 작업을 위임받은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랭라살은 CNBC에 호텔 매각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확인해줬다.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실은 트럼프그룹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옛 우체국 건물에 들어선 이 호텔은 트럼프그룹이 미 연방 총무청(GSA)로부터 60년간 연 300만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장기 임차한 빌딩이다. 트럼프그룹은 2억달러를 들여 건물을 전면 리노베이션한 뒤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개장했다. 이 중 1억달러는 도이체방크로부터 빌린 돈이다.

미국 워싱턴DC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타스연합뉴스

문제는 임차 조건이다. 지난 2011년 트럼프그룹이 호텔 리스권을 따내려고 과열 경쟁을 벌이다 너무 높은 임차료를 부르는 바람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CNBC가 전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면 호텔 리스권의 적정한 인수 가격은 1억5,000만∼1억7,500만달러라고 호텔업계는 추산했다. 이는 트럼프그룹이 호텔 개장을 위해 투자한 원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트럼프그룹으로서는 손해를 보고 낮은 가격에 리스권을 매각하거나, 도이체방크에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호텔 열쇠를 넘겨주거나, 아니면 계속 호텔을 영업하면서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매각에 차질이 빚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호텔 명칭이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그룹은 입찰자들에게 앞으로도 호텔명에 ‘트럼프’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정·관계는 물론 외국 손님들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지난해 4,0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EPA연합뉴스

이에 따라 트럼프 그룹에 닥친 경영난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트럼프 그룹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그룹이 진 4억 달러가 넘는 빚의 상환 만기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부진한데다가 사업의 해외 확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등 혐의를 겨냥한 사법당국의 조사도 그의 가족사업을 옥죄어오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이 고층 건물, 골프장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서며 현재까지 진 빚은 4억 달러가 넘으며, 채무 상환일이 향후 몇 년 안에 한꺼번에 도래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룹 소유 건물들이 몰려 있는 뉴욕 맨해튼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들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 골프리조트와 호텔사업도 여행감소와 경기 침체로 부진한 상황이다.

트럼프 그룹 본부가 있는 뉴욕 트럼프타워의 임대율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로 크게 떨어져 왔다는 점은 그룹의 사세 위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수 대출기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하길 주저하고 있어 추가 대출길도 막혀 있다고 WSJ은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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