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가 아들 윌리엄(아래) 왕세손, 해리 왕손과 함께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25년 화제가 됐던 BBC방송의 다이애나비 비밀 인터뷰는 기자가 거짓말과 위조된 서류로 성사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인터뷰는 무명기자의 특종으로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최근 다이내아비의 남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이 이와 관련된 폭로를 내놓은 것이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아내인 다이애나비가 자신의 불륜과 파경을 털어놓은 인터뷰가 1995년 11월 공영 BBC 방송의 ‘파노라마’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비는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복잡했다”(Well, 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라는 유명한 말을 통해 찰스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커밀라 파커 볼스(현 찰스 왕세자 부인)와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이애나비는 또 자신의 친구이자 군인인 제임스 휴잇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 “그와 사랑에 빠졌었다”면서도, 그가 돈에 팔려 둘의 관계에 대한 책을 출판한 뒤 참담한 심정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별거 상태에 있는 찰스 왕세자와의 이혼하지 않을 것이며 공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인터뷰는 무려 2,300만명이 시청해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43년 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이는 현재 BBC 뉴스의 종교 담당 에디터인 마틴 바시르로, 당시에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언론인이었다.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유명 앵커 바바라 월터스, 영국의 전설적 방송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등이 다이애나비와 인터뷰 하기 원했지만, 승자는 바시르로 결정됐다. 이에 당시에도 바시르가 인터뷰를 성사 시킨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인터뷰가 방송된 지 25년이 지난 최근 다이애나비의 남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이 이와 관련한 폭로를 내놔 저널리즘 윤리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당시 바시르를 다이애나비에게 소개해 인터뷰를 가능하게 도운 건 스펜서 백작이었다. 스펜서 백작은 그러나 최근 바시르가 자신과 다이애나비에게 거짓말과 위조된 서류 등을 토대로 신뢰를 얻어 인터뷰를 따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간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바시르가 자신에게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서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비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고 말함으로써 바시르가 신뢰를 얻으려 했다고 밝혔다. 스펜서 백작은 “만약 내가 이같은 내역서를 보지 못했다면 바시르를 누나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바시르가 자신과의 만남에서 여러 차례 거짓이나 중상모략적인 주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다이애나비의 개인 편지를 누가 훔쳐봤다거나, 그녀의 차가 추적당하고 전화가 도청됐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AP연합뉴스
이에 스펜서 백작은 바시르는 물론 당시 인터뷰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를 BBC에 요구했다. BBC를 자극적인 보도를 의미하는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시르는 그러나 현재 심장 수술과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스펜서 백작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후 저널리즘 윤리, BBC의 편집 기준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BBC는 결국 독립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지난 18일 대법관 출신 다이슨 경에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를 맡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관련 기록을 다이슨 경이 이끄는 조사단에 넘기겠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이전에 분실된 것으로 여겨졌던 다이애나비의 메모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모에는 그녀가 BBC 파노라마와의 인터뷰에 대해 만족해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가 독립적인 조사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이애나비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손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켄싱턴궁은 윌리엄 왕세손이 “잠정적으로 이번 조사에 대해 환영하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조치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1961년생인 다이애나비는 1981년 영국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1996년 이혼했다. 그녀는 이듬해 8월 31일 새벽 당시 교제 중이던 이집트 출신 재벌 2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파리 알마 터널에서 파파라치를 피해 고속 질주하던 중 차가 터널 안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