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지원' 끊는 美정부…또 바이든에 재뿌리나

회사채 매입·中企 자금조달 등
주요 프로그램 연내 중단 강행
새 정부 '가용카드' 사실상 소멸
연준·경제전문가 잇단 비판 속
일각 '정치적 목적' 의심하기도

스티븐 므누신(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9월24일(현지시간) 상원의 경기부양법안(CARES Act) 분기 보고서 청문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재무부는 19일 회사채 매입 등 연준의 주요 지원 프로그램을 연말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입한 회사채 매입과 중소기업 대출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지원 프로그램을 연말에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시한은 올해 말이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고 연준조차 일괄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회사채 매입과 지방정부 및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을 올해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 매입과 근로자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임금을 대출해주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은 90일 연장하기로 했다.

중단되는 프로그램은 3월 의회를 통과한 2조달러(약 2,229조원) 규모의 1차 경기부양법안(CARES Act)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회사채 매입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지만 중기 대출의 경우 배정금액 6,000억달러 가운데 40억달러만 나갔다. 재무부는 연준이 쓰지 않고 남은 자금을 환수하겠다고도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들 프로그램은 분명히 목적을 달성했다”며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들 대출 프로그램 이용이 제한적”이라고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일부 주 정부들이 록다운(봉쇄)을 재개하며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의 바이러스 숫자 증가는 골칫거리”라며 “(이로 인한) 미국 경제지표 둔화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연준은 성명에서 “프로그램 만료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여전히 긴박하고 취약하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 만들어진 모든 지원 프로그램이 계속 지원자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출중단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미사용 자금을 재무부가 회수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 이들 프로그램을 재개할 때 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예산을 다시 따내야 한다. 공화당이 추가 재정지출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좌절될 가능성이 있고 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연장된 프로그램은 재무부의 보증이 없는 것들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직후 쓸 수 있는 지원카드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NYT는 “재무부가 연준에 미사용 자금을 돌려달라고 함으로써 바이든 정부가 주요 대출 프로그램을 재가동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를 막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도 이번 결정은 바이든 당선인이 물려받게 될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상원 금융위 간사인 론 와이든 민주당 의원은 “므누신 장관은 연준의 의도에 반해 취약한 경제에 절실한 매우 중요한 지원들을 없애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치적 고통을 주기 위해 재를 뿌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공화당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은행위원회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 팻 툼니 상원의원은 “이들 대출이 민주당에 의해 매우, 아주 심하게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반발하고 있다. CNBC는 재무부의 발표 이후 다우선물이 200포인트 넘게 빠졌다고 전했다.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많은 이들이 쓸 수 있도록) 조건을 재조정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찰스슈와브의 케시 존스 최고전략가는 “므누신 장관이 퇴임할 때 그의 도구들을 함께 갖고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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