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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정치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좌우 대립이 심하고 지역별로 지지 정당이 갈리는 한국에서 정치는 금기시되는 대화 소재인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믿음이 과할 때다. 내가 사랑하는 종교에 주위 사람들이 귀의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내가 속한 정당에 친구들도 가입하길 원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정당 가입에도 개인의 자유가 있다. 정당에 들어오라고 강권할 수 없다는 말이다.
A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관악구갑 국회의원에 출마한 권미성 우리공화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70세인 A씨 입장에서는 불경기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 선거철을 맞아 관련 일을 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고령인 A씨 입장에서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우리공화당이 정치적으로 끌렸을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A씨의 열정이 과했다는 점이다.
선거사무원으로 일하면서 A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4월 15일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에도 A씨는 사무실에서 우리공화당을 열정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현장에 함께 있었던 B씨는 A씨의 권유가 불쾌하다고 느꼈다. 한 번 가입하라고 했을 때 거절했는데 A씨가 수차례 반복해서 우리공화당에 들어오라고 하자 B씨는 순간적으로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A씨의 멱살을 잡고 밀어 넘어뜨리는 폭행을 저질렀다.
B씨의 폭행은 단순한 실랑이로 인한 범죄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다툼이었다며 합의로 무마될 수 있지만 폭행의 피해자인 A씨가 당시 선거사무원이라는 점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검찰이 B씨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했고 그는 벌금 250만 원 형을 받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후보자는 물론 선거 사무원을 비롯해 공직 선거 관련인을 폭행·협박할 경우 최대 1,5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법원도 “피고인이 선거운동 중인 선거사무원을 폭행한 사안으로 개인적 법익침해를 넘어 선거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범죄로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폭행을 저지른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B씨 입장에서는 정당 가입을 집요하게 권유한 A씨가 원망스러울 수 있는 판결이다. 정치 이야기는 쉬게 하면 안된다는 말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 같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