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이어 기아자동차까지 파업 대열에 합류하며 부품 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로 전환하며 일정 부분 수익성을 챙길 여유가 생긴 상황입니다. 그러나 부품 업체들은 여전히 수출물량 부족에 허덕이는데다 완성차 노조의 파업에 따른 내수물량 추가 감소까지 이중고에 시달려야 할 상황입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완성차 수출액은 40억2,000만달러(약 4조4,7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부품 수출액은 18억1,000만달러(약 2조158억원)로 9.3% 감소했습니다. 더욱이 완성차 수출액은 전월과 비교할 경우 5.9% 늘어나며 회복세가 역력하지만 부품 수출액은 전월 대비 7.6% 하락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셈입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한국지엠협신회’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전 6시30분 한국GM 부평공장 서문 앞에 모여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부분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노조를 향해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며 임단협 조기 타결을 촉구했다. /한국지엠협신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물량이 급감하며 국내 부품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내수물량과 정책자금에 기대어 사업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부품 업체들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재확산으로 수출이 더욱 위축되는 가운데 완성차 노조의 파업으로 내수용 부품 공급까지 어려워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 하반기 들어 전년 대비 수출이 늘어나며 애초 염려했던 것처럼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반면 부품 업계는 지금 줄도산 우려가 나오는 등 생산물량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일부 부품 업체는 완성차 노조가 부품 업체들의 생사를 볼모로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대표는 “완성차 노조라면 국내 부품 업체들의 수익구조를 뻔히 알 텐데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하면 우리 보고 길바닥에 나앉으라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지난 19일 노조의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던 문승 한국GM 협신회 회장은 “생산 차질이 생기면서 이미 일부 협력업체는 전기요금은 물론 직원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3차 협력업체발 부품 공급망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생산 중단을 경험한 대형 부품사의 경우 비상자금 확보가 가능하지만 2·3차 등 중소 규모의 협력업체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기가 여전히 어렵다”며 “이들 부품 업체의 도미노 도산이 본격화할 경우 자칫 국내 완성차 생산망에 균열이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